10번 중 6번 결석한 서울시의원 … 월급은 507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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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14명(교육의원 8명 포함)의 서울시 의원은 연간 20조원이 넘는 예산을 주무른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면 무상급식도 민주당 주도의 서울시 의회가 예산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시행된 것이다. 이들이 받는 보수도 적지 않다. 서울시 의원은 지방의회 의원 중 가장 많은 6091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서울 시민들이 이들에게 매달 500만원 정도의 월급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시의회에 제대로 참석해 서울시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본지가 8대 서울시 의회가 개원한 지난해 7월부터 지난 2월 말까지 33차례 열린 본회의 출석 상황을 점검해 봤다. 분석해 본 결과 8대 서울시 의원들의 평균 출석률은 79.9%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91.9%를 기록했던 7대 시의회(2006년 7월 개원~2007년 2월)의 출석률을 밑도는 것이다.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6대 의회(2002년 7월 개원~2003년 2월)의 출석률인 94.5%보다는 15%포인트 정도 낮은 것이다.

8대 서울시 의회의 출석률이 낮은 이유는 여소야대 시의회가 자주 파행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수 여당인 한나라당(27석)의 평균 출석률은 고작 60.8%다. 10번 중 6번만 참석한 것이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 79명이 평균 87.7%의 출석률을 기록했다. 한나라당보다 높긴 하지만 민주당 역시 7대 시의회의 평균 출석률엔 미치지 못했다.

 개별 의원별로는 민주당의 김기덕(마포 4)·임형균(성북1)·조규영(구로2) 의원 등 3명만이 본회의에 개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나라당 전종민(송파2) 의원은 33번의 본회의 중 13번만 참석해 시의원 중 가장 낮은 39.4%의 출석률을 기록했다. 본지가 출석률이 저조한 의원들에게 이유를 묻자 이들은 “이름을 빼달라”는 요청만 했다. 세번째로 낮은 출석률을 보인 한나라당 이진화 의원은 “지난 12월 한달 간 병원에 입원해있었다”고 해명하기도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진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오세훈 서울시장 견제를 위해 의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본회의 불참은 정치적으로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30일 민주당 단독으로 서울시 의회 예산을 통과시킬 때 소속의원 전원이 불참했 다. 이 때문에 다수당인 민주당도 소수당을 의회로 끌어들여 논의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학계와 시민단체에선 정치적 명분이 시의원들의 본회의 불참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미영 정치입법팀장은 “시민들이 주는 세비를 받는 만큼 어떤 경우에도 의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전적인 제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명지대 윤종빈(정치외교학) 교수는 “미국의 일부 주의회에선 의원이 회의에 무단 결석하면 관련 수당을 가차없이 삭감한다”며 “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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