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아들 아니랄까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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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마커스 조던(왼쪽)이 지난 1월 미국대학농구리그 마셜 대학과의 홈 경기에서 드라이브인 공격을 하고 있다. [올랜도=게티이미지]

마이클 조던

올해 미국 대학농구 화제의 키워드는 ‘부전자전(父傳子傳)’이다.

 센트럴플로리다 대학교(이하 UCF)를 이끌고 있는 에이스 마커스 조던(21·1m91㎝)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48)의 둘째 아들이다. UCF는 9일(현지시간) 이스트캐롤라이나대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콘퍼런스(콘퍼런스 USA) 포스트시즌에 돌입한다. UCF는 객관적인 전력상 64강 토너먼트에 오르기도 벅차지만 팬들은 아들이 아버지처럼 극적인 승부를 연출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버지 마이클 조던은 1982년 3월의 광란(미 대학농구 64강 토너먼트의 별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패트릭 유잉이 이끌던 조지타운대와의 결승전에서 종료 17초 전 결승골을 성공시켜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UCF는 이번 시즌 개막 후 14연승을 달리며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12월 ESPN 선정 랭킹 24위에 오르면서 69년 창단 후 처음으로 미 대학 랭킹 톱 25위에 들어갔다. 그 중심에 가드 마커스가 있었다. 그는 올 시즌 새로 부임한 도니 존스 감독의 조련을 받으면서 9㎏가량 체중을 줄이는 등 혹독한 훈련을 견뎠다. 마커스는 올 시즌 경기당 평균 15.9점·3.3도움을 기록했다. 개인 기록은 29년 전 아버지보다 낫다. 아버지는 당시 평균 13.4점을 기록했다.

 마커스는 ‘농구 황제’ 아버지의 코트 밖 모습까지 빼닮았다. 그는 지난해 여름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을 했다가 물의를 빚었다. 트위터에 “어젯밤에 3만5000달러(약 3900만원)를 잃었다”고 올린 게 화근이었다. 당시 마커스의 나이는 만 19세로 합법적으로 도박을 할 수 있는 나이(만 21세)가 아니었다. 아버지 조던 역시 선수 시절 거액의 도박 때문에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기에 더 화제가 됐다. 마이클 조던은 2005년 인터뷰에서 “도박에 빠졌던 걸 가장 후회한다. 거울을 보면서 ‘내가 멍청했다’고 반성했다”고 털어놓았다.

 농구화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있다. UCF는 지난 시즌까지 아디다스와 용품 후원 계약을 했다. 그러나 2009~2010 시즌 신입생 마커스가 나이키의 조던 농구화를 고집하는 바람에 아디다스가 올 시즌 UCF와 후원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끝내버렸다. 이처럼 아버지의 모든 것을 닮고 싶어하는 마커스는 올 시즌 대학 농구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마커스가 자유투 라인에 설 때마다 상대팀 팬들이 “넌 마이클이 아냐”라고 야유를 보낸다고 소개했다.

이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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