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신상린] 중국대학 한국유학생들이 외면받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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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백가쟁명에 게재된 베이징공업대학 김준봉 교수의 중국대학에 유학하고 있는 한국 유학생들의 처지 및 진로에 관한 인터뷰를 읽고 몇 가지 반론과 첨언을 하고자 한다. 아울러, 다음의 졸문에 쓰인 예시와 근거들은 한국과 미국, 중국에서 일과 공부를 해왔고, 특히, 중국 대학 입시 학원에서 근무한 졸자의 경험에서 기인한다.

김준봉 교수의 언급 중 졸자가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은 먼저, 중국에 온 한국 유학생들의 장점이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니, 중국 회사에 들어가 한국어가 필요한 일을 하라는 대목이다. 고용주의 입장에서 바라보자. 중국 회사의 입장은 어떠한지 말이다. 북경, 청화, 복단, 상해교통 등 소위 중국 4대 명문대학을 졸업했으니 대 한국 무역 업무 등과 같은 한국어가 필요한 업무를 담당하게 해줄까? 그들의 실력을 같은 대학 같은 전공으로 졸업한 중국인들과 동일하게 평가해줄까? 역으로 바라보면 물음표는 더욱 늘어난다. 한국 유학생들의 중국어 실력이 일반적인 중국회사의 업무를 숙지하고 수행하며 조직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이 될까? 대부분 중학교를 마치고 유학을 오는 그들의 한국어 실력은 대 한국 회사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논할 수준일까? 이런 실력들이 검증되기도 전에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외국인 취업 비자와 신원 보장을 선뜻 지원해줄 중국 회사가 있을까? 위의 질문들 중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예' 라는 답을 내릴 수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는 걸, 중국대학에 근무하며, 심지어 자녀를 중국 대학에 입학 시킨 부모라면 모를 수 없다.

덧붙여서 더욱 아이러니한 상황은 한국 유학생들이 갖고 있는 중국 회사에 대한 선호도도 낮다는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급여 수준에 있다. 작년 졸자가 근무하고 있는 연구소에서 보조연구원으로 일했던 한 중국학생이 복단대학 관리학원 경영학과(재무관리 전공)를 졸업하고 중국공상은행 해외자금관리부에 입사 후 처음 받은 월급이 3,700 위안(한화 환산 63만원)이었다. 산동대학 경제학부를 거쳐 홍콩과기대 경제학 석사 학위와 중국공인회계사 자격증까지 가지고 있는 졸자의 지인이 상하이 KPMG 경매부서에 입사하면서 받은 급여는 4,600 위안(한화 환산 78만원)이다. 동일한 급여를 한국 유학생들에게 책정한다고 했을 때, 과연 몇 명이나 입사를 결정할까? 역으로 중국 기업의 경우, 이처럼 상당한 스펙(Spec)으로 무장한 중국 인재들을 놔두고 대 한국 사업과 업무를 위해 더 많은 급여를 주고 한국인을 채용할 이유가 있을까? 차라리 서울대 경영, 경제대학원을 졸업한 중국인을 채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지 않을까?

미국 조기 유학을 통해 미국에서 중, 고등학교를 마치고, 상위 20위권 내 대학을 졸업했다 손 쳐도, 미국에서 취업한다는 것(정식 취업 비자를 지원 받으면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는 한국 유학생은 없다. 다만, 현재까지 미국의 경우, 지원자의 실력보다는 거시적 미국 경제 상황과 이민 정책, 인종 차별과 언어 문제 등이 현지 취업이 어려운 요인으로 분석되어 왔다. 주요 미국 대학의 한국 유학생 커뮤니티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헤드헌팅 및 리쿠리팅 게시글이 넘쳐 나는 것이 바로 그 근거라고 볼 수 있다. 졸자와 미국에서 동문수학했던 CS(Computer Science), EE(Electronic Engineering) 전공자들이 농담 삼아 하던 말이 있다. "박사 떨어지면 삼성 가지 뭐."

졸자가 만나 본 많은 중국 대학 한국 유학생들은 한국 기업 혹은 중국 주재 한국 기업으로의 입사를 희망했다. 하지만, 기업은 영리 추구 집단이며, 중국 사업 경험은 곧 중국 대학 내 한국 유학생들의 실력과 상황을 알게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갓 학부를 졸업한, 아무것도 모르는 사회초년병들을 중국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대 중국 업무에 써 줄 국내 기업은 전무하다. 북경대학 광화관리학원 경영학과 마케팅 전공자라고 해서, 중국 소비재 시장과 소비자 행동 분석에 정통할 것이라고 믿을 대기업 HR(Human Resource) 담당자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졸자는 많은 한국 유학생들에게 경제적 조건이 허락하는 한, 학부 졸업 이후 한국 또는 미국으로의 대학원 진학을 권유해왔다. 한국으로의 대학원 진학은 중국 대학 내 한국 유학생들이 부족한 한국 사회에 대한 인식과 적응력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원 졸업 후 중국으로 돌아온다면, 본인들이 희망한 수준 이상의 처우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준비를 위해 필요한 노력들은 대학원 진학이 실패하더라도 본인들에게 큰 자산이 될 수도 있다.

한 가지 희망적인 건, 2008년 이후 중국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선발 및 관리 감독 체계를 강화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기본기와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입학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리, 경제학원 등 외국인 유학생 시험에서도 높은 경쟁률과 합격선을 통과한 학생들을 위시로 중국 대학 출신자로서의 장점과 필살기를 고민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중국 대학 출신자로써 세상에 나아가기에는 한국과 중국, 양쪽의 시선 모두 날카로운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상하이 복단대학 관리학원 중국마케팅센터 수석연구원 신상린(sangrins@usc.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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