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제3국 근로자 챙긴 건설사 … 이게 국격 높이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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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황정일
조인스랜드 기자

“이게 바로 민간 외교이자 우리의 힘을 보여 주는 성과다.”(다음 닉네임 ‘극동함대’)

 “이것이 우리나라 발전의 근간이다. 이런 일이 많이 생겨야 진정한 강대국이 된다.”(조인스엠에스엔 아이디 ‘ansquddlf018’)

 지난 주말 인터넷에는 국내 건설업체들에 대한 칭찬과 격려가 쏟아졌다. 다음에만 850여 개 등 4일 하루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15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내전이 벌어진 리비아를 탈출하면서 말레이시아·방글라데시 등 제3국 근로자까지 안전하게 데리고 나왔다는 소식(본지 3월 4일자 1면 ‘한국은 친구를 버리지 않았다’·사진)이 전해진 직후였다.

 해외에서도 감사 인사가 이어졌다. 미자누르 라만(Mizanur Rahman) 이집트 주재 방글라데시 대사는 4일(현지시간) 이집트에 나가 있는 현대건설 한진우 상무에게 전화를 걸어 “자국민을 챙겨 줘 고맙다”고 거듭 감사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번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건설업체에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는 뭘까. 오늘날 기업이 해야 할 일, 상대적 약자를 돌보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기업은 강자다. 요즘처럼 기업의 힘이 강해진 때도 없다. 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요구도 그만큼 높아졌다.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잘 챙겨야 한다는 ‘동반성장’도 그래서 나왔다. 그게 세계로 확산된 게 이번 ‘리비아 탈출작전’이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웠을 것이다. 리비아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전쟁터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의사소통도 잘 안 되는 수천 명의 제3국 근로자까지 챙기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제3국 근로자는 한국 근로자보다 훨씬 많다. 대우건설은 이번에 한국인 164명, 제3국인 2608명을 데려왔다. 한국 근로자의 12배다. 한국 근로자만 데려왔다면 이번 탈출에 들인 돈(최소 60억원) 대부분을 아낄 수 있었을 것이다. 다른 나라 건설회사들이 제3국인 근로자를 챙기지 못한 이유다. 건설회사는 어쨌든 이윤을 좇아야 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기사가 나간 날 연세대 김한중 총장은 기자에게 한 통의 e-메일을 보내왔다. 김 총장은 “오랜만에 매우 감동적인 기사를 접해 기분 좋은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며 “모처럼 가슴이 따뜻한 기사에 감사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이번 일로 (우리 기업들은) 세계인으로부터 큰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 때문에 기자도 덩달아 뿌듯해진 하루였다.

황정일 조인스랜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