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김상문 동아출판사 창업주 별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1985년 동아출판사 회장 때의 김상문씨.

동아출판사 창업주인 원로 출판인 김상문(전 동서문화사 회장)씨가 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96세.

 김 전 회장은 1960~70년대 초·중생들이 많이 이용했던 『동아전과』 『동아 완전정복』 등으로 유명하다. 82년 『동아원색세계대백과사전』도 출간했다. 특히 고인은 자신의 반세기 출판 인생의 역작인 『동아전과』 『동아원색세계대백과사전』과 함께 흙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는 유언으로 “내가 죽으면 관 속에 동아전과와 세계대백과사전을 넣어달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고인의 뜻대로 30권짜리 『동아원색세계대백과사전』의 1권과 30권, 동아전과 등이 관 속에 담길 것”이라고 6일 밝혔다.

 김 전 회장은 20세기 한국 출판계의 큰 기둥이었다. 1915년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사범학교를 나온 고인은 45년 동아출판사를 설립했다. 45년 이효상 전 국회의장의 부탁으로 한국 최초의 한글 독본인 『신생 국어독본』을 펴낸 것을 계기로 수십 년간 각종 사전과 참고서·교과서 등 학습 관련서를 주로 출판했다. 53년 처음 출간된 『동아전과』 『동아수련장』 시리즈는 동아출판사를 연 매출 1000억원대의 대형 출판사로 성장시켰다. 총 800여 종의 책을 냈으며, 83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고인은 82년 『동아원색세계대백과사전』을 발간한 뒤 빚더미에 올라 85년 동아출판사를 두산그룹에 매각했다. 89년 상문출판사와 상문각을 설립하면서 재기에 성공했고, 대한출판문화협회 이사와 검인정교과서 발행인협회 이사 등을 지냈다.

 그는 평소 독특한 건강 법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아침마다 4~5km씩 속보로 걷는 운동을 하고, 봄·가을에 사흘씩 단식을 해왔다. 여든네 살이던 99년부터는 매일 저녁 자신의 오줌 한 컵을 받아 마시는 ‘요료법(尿療法)’을 통해 건강을 관리해 왔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윤형두 회장은 “고인은 괄괄한 성격에 추진력이 강한 분으로 동아전과 등 참고서와 사전류를 출간하며 우리 교육계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말했다.

 2004년 『100살 자신 있다』는 제목의 책을 낸 김 전 회장은 100살을 네 해 앞두고 눈을 감고 말았다. 유족으로 윤진·병진·광진·은주씨 3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3호실. 발인은 8일 오전 7시. 02-3410-3151.

정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