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회 면죄부’ 이어 ‘300만원 면죄부’… 역주행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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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자금법 개정에 이어 공직선거법의 당선무효 규정도 완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한나라당 임동규(비례) 의원을 포함한 여야 의원 54명은 지난 4일 후보자의 직계존비속(부모·자녀)의 선거범죄로 당선무효가 되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선거법 265조는 후보자 본인이 아니어도 선거사무장·회계책임자·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이 유권자 매수, 기부 행위 등의 선거 범죄나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를 저질러 징역형 또는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한다.

 개정안은 이 중 직계존비속의 선거범죄 등은 당선무효 사유에서 아예 빼도록 했다. 의원들은 그 이유로 “헌법 제13조는 ‘모든 국민은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고 돼 있다”며 ‘연좌제 금지 조항’을 제시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임동규 의원은 “선거 도중 후보의 아버지나 아들이 친구들에게 밥을 사는 등의 사회통념상의 일도 걸면 당선무효 사유가 된다”며 “국민정서와 다를지 모르지만 선거법도 선진국 수준으로 맞춰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법은 정치자금법과는 달리 정치개혁특위에서 시간을 두고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중앙대 장훈(정치학) 교수는 “총선이 멀지 않으니 여야가 장막 뒤에서 정치자금 등 선거와 관련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투명성·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공론화 절차도 거치지 않아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정효식·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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