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고양중앙마라톤] 눈물의 국내 1위, 노유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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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국내 선수 중 하프코스 1위를 차지한 노유연(23·부천시청·사진)은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감추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물은 손바닥을 흠뻑 적시고 턱선을 따라 흘러내렸다. 동료와 코치가 그를 토닥였다. 자리에 주저앉아 신발을 벗자 그의 오른쪽 양말은 선홍색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물집이 잡혀서…”라고 했다.

 노유연의 기록은 1시간16분00초. 임경희(29·수원시청)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여자하프마라톤 최고 기록(1시간11분14초)과는 차이가 난다. 그러나 노유연에게는 값진 기록이었다. 그는 정통 마라토너가 아니다. 주종목이 5000m와 1만m인 장거리 육상선수다. “거리 훈련 삼아 하프 마라톤을 뛴다”고 했다.

 그의 선수 생활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2년 인천 간석여중 재학 당시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 대회 1500m에서 우승해 ‘한국 육상의 희망’으로 떠오르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고교 진학을 연고지가 아닌 서울체고로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체육특기생 이전을 제한하는 대한체육회 규정에 걸려 당시 전국체전 출전이 무산될 위기에 빠진 것이다. 다행히 법원이 어려운 가정형편상 기숙사 생활이 가능한 서울체고로 옮긴 노유연의 손을 들어줘 가까스로 전국체전에 얼굴을 내밀었다. 출전 파동으로 훈련량이 충분치 못했음에도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최근에는 하프 마라톤 성적이 신통치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아무리 주종목이 아니라지만, 하프 마라톤 기록이 1시간19분대에 머물렀다. 그의 개인 최고기록은 1시간15분50초다. 노유연은 “4년째 슬럼프가 이어지면서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었다”며 “오늘 좋은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 주종목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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