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교육원 사사과정 들어간 고광욱·김현석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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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단위 영재학급, 지역교육청 영재교육원, 대학부설 영재교육원 등 전국에 개설된 영재교육 기관에서 교육받은 초·중·고생은 5만 5000여명에 이른다. 이 중 9%에 해당하는 6025명이 올해 심화·사사 과정을 중심으로 한 대학부설 과학영재교육원에 진학했다. 그 중에서도 전국 25개 대학부설 과학영재교육원 별로 10~30여 명 안팎의 학생들만이 심화과정을 수료한 뒤 선발을 거쳐 사사과정을 이수한다. 말 그대로 1%의 영재다. 올해 연세대 생물 사사과정에 진학한 고광욱(서울 상계중3)군과 서울대 수학 사사과정을 시작한 김현석(대원국제중3)군을 만나 수학·과학 공부법을 들어봤다.

고광욱군 -영재교육원 출신 학생들과 팀 이뤄 대회 나가며 실력 쌓아

“과학적 탐구능력을 키우는데는 실험·연구가 가장 효과적이예요. 과학이론을 100번 외우는 것보다 한 번의 실험이 원리를 더 쉽게 이해시켜 줄 때가 많죠.” 고군이 지난 5년 동안 영재교육원을 다니면서 했던 과학실험은 수 백 번에 달한다. 콩나물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재배해보는 간단한 실험에서부터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전문적인 실험까지 다양하다.

어떤 현상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면 곧바로 실험으로 증명해봐야 직성이 풀렸다. 과학에 대해선 누구보다 ‘욕심’을 부렸다. 중학교 1학년 때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던 생물자원보전청소년리더 대회에선 직접 팀을 만들어 참가하기도 했다.

서울북부교육청과 서울교대 영재교육원에서 만났던 친구 6명을 모았다. 광릉숲의 생물다양성을 연구하고 유네스코 보전 등록을 위한 서명운동까지 진행했다. “실험·연구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공동연구의 경험’이 중요해요.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을 모으면 더체계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죠.” 과학에 대한 관심과 실력이 엇비슷한 학생들끼리 모이니 분위기가 살았다. 협동심을 발휘하며 경쟁심까지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든 것이다.

고군은 “과학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안된다면 스스로 만들어 보라”고 조언했다. 실력이 비슷한 친구를 모아 팀을 만들고 대회에 도전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고군은 대회에 함께 참가했던 친구들과 지난해 여름 연합동아리를 만들었다. 서로 학교와 영재교육원은 다르지만 뜻이 맞는 친구들끼리 관심분야를 연구하고 싶어서다. 고군의 최근 관심분야는 단백질의 구조다. 연세대 사사과정도 단백질을 주제로 선정했다. “새로운 단백질을 발견하고 그 구조를 밝혀내고 싶어요. 세계최초로 미지의 단백질을 발견하면 멋지겠죠.”

김현석군 - 다방면에 능통한 수학영재, 과학과 인문·사회까지 폭넓게 독서

“궁금한 건 절대 못 참았어요. 특히 숫자에는 더 그랬죠. 전화번호, 자동차 번호판 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숫자가 호기심의 대상이었어요.” 김군은 어릴 적부터 모든 상황을 숫자화시켜 기억하는 버릇이 있었다. 예컨대“의정부역 역사 번호는 110번, 성북역 번호가 119번일 때 역간 거리를 평균 1.5㎞라고 가정한다면 두 역 사이 거리는 1.5*9=13.5㎞다”라는 식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유치원 때 지하철역에서 물건을 잃어버렸을 땐 출입구 번호와 차량 번호, 몇 번째 자리까지 숫자로 기억해내 물건을 찾기도 했다. 이런 영재적 기질이 사사과정까지 진학할 수 있었던 비결일까. 김군은 “정말 필요한 것은 바보스러울 정도로 포기하지 않는 끈기”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영재교육원에서 주간 과제가 나오면 한 문제만을 가지고 이틀이 넘도록 매달렸다. 애초부터 정해진 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찾아 비교하고 검토해봐야 한다. 이런 훈련을 거쳐 수학적 사고력을 키웠다. 김군은 “영재교육원에서 단순히 문제풀이 능력보단 유연하게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서울대 영재교육원 기초·심화 과정에서 이뤄졌던 독서교육과정을 한 예로 들었다. 수학에만 갇히지 않고 과학과 인문·사회까지 넘나들었던 독서가 유연한 사고력을 심어줬다는 설명이다. 정답만을 찾는 문제풀이습관에 젖지 않고 다양한 접근방법을 고려했다. 토의·토론중심의 수업방법도 큰 도움이 됐다. 내 풀이를 설명하고 남의 설명에 논박하면서 논리력·사고력을 키울 수 있었다. “문제만 잘 푼다고 영재일까요? 결국 수학적 사고력도 경험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과거 위대한 수학자들이 의학·철학·과학 등 다방면에서 능력을 발휘했던 것처럼 말이죠.”


[사진설명] 고광욱군은 “손수 과학실험을 해보는 것만큼 과학적탐구력을 기르는데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황정옥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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