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현실 왜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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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스티브 잡스(사진)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아이패드2 공개 행사에서 사실을 왜곡했다는 비난이 나왔다. 3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 인터넷판은 정보기술(IT) 전문 블로거 세스 웨인트로브의 ‘스티브 잡스의 현실 왜곡이 진실을 훼손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스티브 잡스의 현실왜곡(Steve Jobs’ reality distortion)’은 그의 발언이면 뭐든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이며 사람들은 이를 믿는다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

 첫째 왜곡은 잡스가 아이패드2는 듀얼코어 중앙처리장치(CPU)가 탑재돼 대량 생산되는 첫 번째 태블릿PC라고 했던 부분이다. 웨인트로브는 지난 1월 미국 PC제조업체 델이 출시한 7인치 태블릿PC ‘스크리크7’도 듀얼코어를 탑재했고, 지난달 발표된 모토로라의 10.1인치 태블릿PC ‘줌’도 듀얼코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마도 ‘대량’에 대한 잡스만의 주관적인 견해와 관련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그는 또 잡스가 잘못 번역된 삼성전자 임원의 말을 인용했다고 지적했다. 잡스는 삼성전자 태블릿PC ‘갤럭시탭’에 대해 “제조사가 유통사에 판매한 것은 200만 대를 넘지만, 이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실제로 판매된 것은 아주 적다”는 한 미국 언론 보도를 인용했다. 하지만 이는 ‘아주 순조롭다(quite smooth)’라는 발언을 ‘아주 적다(quite small)’로 잘못 듣고 쓴 오보였다. 웨인트로브는 “이것이 오보라는 사실은 오래전에 밝혀졌다”며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듣는다”고 꼬집었다.

 아이패드가 지난해 9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는 잡스의 발언에 대해서도 “애플이 지난해 태블릿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90%가 되려면 삼성전자의 갤럭시탭과 비교해도 최소 320만 대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 잡스가 안드로이드 태블릿PC 가운데 가장 비싼 ‘줌’과 아이패드2를 비교한 것에 대해서도 “줌의 스크린이나 카메라 등 부품 구성이 아이패드보다 낫다. 구성 부품은 가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제품에 상당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사실 왜곡이 기조연설을 훼손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판매량이나 시장점유율의 경우 출시 기준이냐, 도매 또는 소매 기준이냐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나리·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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