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국립대 민영화 반대, 전북대 신철순 총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명예] 국립대 민영화 반대, 전북대 신철순 총장 인터뷰

대학 수학능력 시험이 끝나고 많은 학생들이 전국의 많은 대학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선택의 순간이 왔다. 대학들도 밀레니엄 새내기 맞이에 분주한 늦가을 전북대학교 신철순 총장과 국립대 민영화 방안, BK21 사업, 학부제 등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 이번 중앙일보에서 실시한 전국 대학 평가에서 총 115개 대학 가운데 전북대학교가 20위라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전북대학교 제 13대 총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취임 후 대학 운영에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이 교수 연구역량 신장과 교육환경 개선이었습니다. 외부에서 지원해주는 연구과제를 수주하여 자신의 학문 연구를 활발히 할 수 있는 분야의 교수님들이 많지만 학문 특성상 그렇지 못한 분야도 있습니다. 이런 분야까지 3백∼5백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하여 연구기반을 다졌습니다. 강의실 현대화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였으며 교수님들이 가지고 있는 컴퓨터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등 교수 연구실의 환경 개선도 노력했습니다. 대학의 요체는 교육과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이 본질적 기능 활성화를 위해 열과 성을 다했던 결과로 중앙일보 대학평가 지난해 32위에서 20위로 수직 상승하는 결실을 맺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는 이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재임기간 동안 내실을 다지는 대학 경영을 통해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일류대학으로 인정받는 전북대학교로 거듭 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수년 내에 10위 정도로 자리 매김하리라고 기대합니다."

- 대학구성원의 참여를 통한 행정의 민주화를 위해 ‘총장과의 대화’를 시도하셨는데 의미있고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의 참여의 기회가 부족하다고 봅니다. ‘총장과의 대화’의 효과를 더욱 크게 할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대학 발전의 원동력은 대학 구성원 모두가 대학 운영에 참여하는데 있습니다. 즉 민주적인 대학 운영이야말로 대학 발전에 필수적 요소임에 분명합니다. 아마 일반학생을 대상으로 열린 장소에서 총장이 직접대화에 나선 것은 국내대학 중에서는 처음 있었던 일로 대학운영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좋은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다면 좀더 넓은 공간에서 많은 학생들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싶지만, 이러한 방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한 대화가 오히려 더욱 다양하고 폭넓은 대화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홈페이지에 들어가 좋은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 'BK21'사업이 잘못 추진되었다는 여론이 있습니다. 총장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대학원 지원이 서울 소재 대학에만 있고 지방대에는 없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한 신입생 모집 제도를 도입하신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인지요. 국립대인 전북대학교는 사립대에 비해 입학 전형 방법에 있어서 다양성과 특수성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시대가 개성과 개인의 특기를 요구하는 만큼 입학 전형을 진보적으로 바꾸실 계획이 있습니까.
"우리 전북대학교에서는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수능 성적이 상위권에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차모집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학생들이 입학할 경우 대부분 장학생으로서 장학금을 받아 가며 공부를 하게 됩니다. 자연과학대학의 경우 의예·치의예과는 3%이내, 수의예과는 10%이내, 그리고 나머지학부·학과는 15∼20%이내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습니다. 농과대학은 모든 학부·학과에서 25%이내, 그리고 법과대학의 법학과와 사범대학의 국어교육과, 영어교육과가 10%이내 등 단과대학 학부, 학과별로 기준이 다르게 적용됩니다. 이렇게 해서 특차모집에서는 805명을 정시모집에 앞서 선발합니다. 또 특별 전형의 일종으로 학생의 적성과 소질, 특기 등을 고려하여 어느 한 분야에 탁월한 학생을 선발하게 되는데 특정교과성적우수학생 30명과, 어학능력우수학생, 학생회장역임학생, 선행·효행학생, 국가유공자 자손, 소년소녀 가장들을 대상으로 우리대학 자체의 독자적 기준을 정하여 총 241명을 선발하게 되는데 학생부와 수능 성적이 일정기준 이상이어야 합니다."

- 국립대 민영화 문제가 거론되면서 등록금 인상 문제에 학생들이나 부모님들의 많은 시선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 문제로 인해 이번 신입생 모집에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학생들이나 지역 사회 주민들에게 그 문제에 대한 전북대학교의 입장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 국립대학 민영화는 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근간으로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대학 정책에 포함돼 있습니다. 공청회를 통한 의견수렴과 정부 관계부처의 조정 등 앞으로 많은 절차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국립대학이 차지하고 있는 교육의 공공성과 경제 논리, 이 상반되는 두 가지 문제를 놓고 아주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각 시민 단체들이 '등록금 인상'을 국립대 민영화의 가장 큰 문제로 들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 경제가 타 지역에 비해 열악한 전북대학교로서는 우수 신입생 유치에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교육의 공공성에 비중을 두고 오히려 사립대학에 대하여 정부지원을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대학교육에 대한 정책은 나라의 장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국립대 민영화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부정적인 요소에 대해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과 대책 마련이 있기 전에는 시행이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 지난 ‘총장과의 대화’에서도 학부제 문제가 거론되었습니다. 총장님께서 지적하신 학부 내 전공 갈등, 전공 선택 제한, 너무 광범위한 학부의 운영상 어려움 등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학부제 보완 방법이 있습니까.
"학교에서 학부제를 권장할 때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또 교수들에게도 학생들을 확보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재량권을 주었습니다. 학부제 시행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학생· 교수간의 양보와 노력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학부제 운영지침에 따라 학과장 제도를 폐지하고 학부장 체제로 바꿔서 운영하고 있습닌다. 교육과정의 이수영역 확대, 최소전공인정학점제 실시, 복수전공제 실시, 전과·전학의 확대라든지 학부제의 장점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할 계획입니다."

- 얼마전 우리 학교에서 무전공 입학제를 도입한다는 기사가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아직 학부제 많은 문제들이 해결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전공 입학제는 전공선택의 폭만 넓어진다는 것 뿐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무전공 입학제는 말 그대로 전공이 없이 들어오는 겁니다. 학부제보다 더 넓은 전공선택의 기회를 갖게 되는 거지요. 어떤 문제를 내놓으면 항상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입니다. 지금은 그 단계를 겪는 것이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학교 홈페이지에는 자주 접속을 하시는지요.
"매일 아침 확인해 봅니다. 다양한 의견과 건의를 접할 수 있어 학교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대담 : 황의선, 최유진 전북대 캠퍼스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