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선행지수 좋아졌다, 문제는 국제유가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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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모처럼 경기 지표가 활짝 폈다. 하지만 꽃샘추위가 닥치기 전 얘기다.

 통계청은 1월 광공업 생산이 13.7% 증가했다고 3일 밝혔다.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84.8%로 전달보다 2.7%포인트나 급등하며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가 좋아 공장을 한도껏 돌리고 있는 것이다. 기계장비(28.7%), 반도체 및 부품(24.4%), 자동차(23.1%) 업종이 상대적으로 더 활황이었다. 생산업체의 제품 출하는 전달보다 4.4% 늘었고, 재고는 한 달 전보다 3.7% 감소했다. 이에 따라 재고율 지수는 89.8로 전달보다 7.6포인트 떨어졌다. 재고출하 순환도상으로는 경기 상승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게 통계청 판단이다. 이를 반영하듯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0.9로 전달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경기선행지수의 반전이다. 앞으로 6~7개월 뒤의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3%를 기록해 지난달보다 0.2%포인트 올랐다. 2009년 12월 이후 줄곧 뒷걸음질친 끝에 13개월 만에 상승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1월의 경우 수출도 크게 늘었고, 취업자 수도 33만1000명가량 증가하는 등 모든 면에서 경기가 좋아지는 징후가 보였다.

 하지만 지표들이 좋아졌다고 경기를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중동 사태가 악화되기 전인 1월의 지표들이기 때문이다. 또 1월은 설 명절을 앞둔 효과가 미리 반영된 측면이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2월부터는 지표들이 다시 고개를 숙일 가능성이 있다. 기획재정부 윤종원 경제정책국장은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교역조건이 악화하면 실질구매력이 떨어져 경기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중동 정세가 불안하고 중국 긴축 가능성, 유럽 재정위기 악화 등 경기가 나빠질 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재정부는 이에 따라 유가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활용 가능한 정책수단을 조합한 단계별 위기대응 계획을 수립해 대응하기로 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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