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떠나던 식당의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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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장의 명가 청지기의 새로운 브랜드 ‘맛두레’에서는 큰 부담 없이 최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조영회 기자]

이번엔 게장 전문점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경기도 어려운 마당에 왜 하필 비싼 게장이냐?” 타박하지 마십시오. 오늘 맛집의 컨셉트는 ‘이렇게 싸고 맛있는 집 있으면 나와!’입니다. 혹 중앙일보 천안·아산을 빼놓지 않고 보셨다면 2009년 9월4일자에 소개된 ‘고객이 키운 청지기 꽃게장’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뜻하지 않은 세법 개정으로 거액의 세금을 물게 돼 망해가던 (주)청지기 꽃게장이 고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다시 살아나게 됐다는 사연을 소개했었습니다. ‘게장의 명가’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청지기가 이번에 망해가는 식당을 살려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망해가는 식당 살리기

문 닫는 식당이 늘고 있습니다. 장사가 잘 안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나 청지기가 망해가는 작은 식당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눈치 빠르신 분은 벌써 의문이 생길지 모릅니다. 게장 하면 그래도 형편이 좀 되는 사람들이나 먹는 비싼 음식인데 망해가는 작은 식당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발상의 전환. 일반적인 생각을 뒤집어야 성공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게장의 대중화’가 청지기가 만든 새로운 브랜드 ‘맛두레’의 성공전략입니다.

 밥도둑이라 불릴 만큼 누구나 좋아하지만 자주 먹기에는 사실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게장입니다. 청지기는 이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게장을 좀 더 싸게 소비자들에 전달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루 2~3만원 어치 국수 팔던 식당

김영진(57)씨는 지난해 9월 아산시 온천동 시민로 네거리 농협 뒷골목에 있는 상가를 얻어 국수집을 열었습니다.

 아산이 고향인데다 워낙 발이 넓어 처음 며칠은 장사가 잘 됐습니다. 잔치국수 팔아 하루 70~80만원 매상이 올랐으니 ‘대박이다’싶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정도 지나면서 개업 효과가 빠지자 매상이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하루 2~3만원 어치 팔면 그날 장사는 종쳐야 하는 지경이 됐습니다.

 마지못해 두 달은 견뎠지만 더 이상 가게 세도 낼 수 없는 상황이라 더 이상은 버틸 수 없게 됐습니다. 김씨는 오래 전 알고 지내던 게장의 명가 (주)청지기의 이한올 대표를 찾아갔습니다. “어찌 하오리까” 작은 식당으로 시작해 대한민국대표가 된 청지기에 조언을 구했습니다.

 마침 (주)청지기에서도 누구나 싸고 맛있는 게장을 즐길 수 있도록 ‘돌게’와 꽃게를 활용한 작은 게장 전문식당 체인 사업을 하면 좋겠다고 구상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맛두레 1호점이 생겨났습니다.

아산시 온천동 시민로 네거리 농협 뒷편 맛두레 1호점.


하루 100만원 어치 꽃게장 팔아 ‘대박’

하루 2~3만원 어치 잔치국수 팔던 김씨는 요즘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2010년 11월 맛두레 문을 연 이후 꾸준히 매출이 늘어 하루 평균 50~60만원 이상의 매상을 올린답니다. 단체 손님이 늘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하루 110만원 어치 게장을 팔았습니다.

 1.5㎏ 1만8000원 하는 포장판매도 하루 평균 7~8개씩 팔려 나갑니다. 품질과 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춘 것이 인기의 비결입니다. 4인 기준으로 돌 게장이나 꽃게탕을 시켜놓고 반주 한 잔을 곁들인다 해도 5만원을 넘지 않습니다.

 요즘 시장에 가면 꽃게 1㎏에 3~4마리의 꽃게가 2~3만원 합니다. 그런데 맛두레에 가서 3만원짜리 꽃게탕 작은 것 시키면 꽃게 3~4마리가 올라가는 것은 기본이고 10가지가 넘는 밑반찬에 즐거운 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입에 넣기 알맞은 게장을 아작아작 소리 내며 씹는 맛도 일품이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을 김에 싸서 간장 양념에 찍어 먹는 맛도 잊을 수 없습니다.

 김씨는 식당을 찾은 손님들로부터 “천안·아산에 게장 잘하는 집 찾기 쉽지 않은데 싸게 잘 먹고 간다”는 칭찬을 자주 듣습니다. 가게에 물수건 대주는 청년은 “요즘 이 근처에서 이 집처럼 장사 잘되는 집도 없다”고 합니다. 김씨는 “돈도 벌고 칭찬까지 들으니 요즘 장사할 맛 난다. 이대로만 가면 얼마 안가 가게를 넓힐 수도 있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고 말합니다.

 이한올 (주)청지기 대표는 “게장 공급계약을 6개월 단위로 하면서 가격을 낮추고 맛은 그대로 유지한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일단 1호점이 큰 호응을 얻은 만큼 2호점, 3호점이 계속 생겨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대를 이어 게장 브랜드를 만들어 온 명가 ‘청지기’가 새롭게 선보이는‘ 맛두레’가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예약=041-543-9977, 가맹점=041-534-2600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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