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직접 비교, 상대 자극 … 광고 뜨거워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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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라이벌 회사의 이름을 직접 거론한 골프 용품 광고들. 2011년 골프 용품 업계는 실패하면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는 위험한 광고를 감행하고 있다.


골프용품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품을 비교하는 도발적인 광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골프 인구의 증가 폭이 줄어들고 제품의 성능 개선도 한계점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경쟁은 과거보다 훨씬 치열한 편이다.

‘테일러메이드 R11에 비해 6야드 더 나간다.’ 최근 미국에 등장한 캘러웨이의 새 드라이버 ‘레이저 호크’의 광고 문구다. 캘러웨이는 라이벌인 테일러메이드의 새 드라이버(R11) 출시일에 맞춰 USA 투데이에 이런 내용을 담은 전면 광고를 냈다. 테일러메이드는 올해 출시한 두 종류의 드라이버를 비롯해 우드와 하이브리드, 퍼터까지도 모두 하얀색으로 만들었다. 기존 드라이버의 헤드가 대부분 짙은 색이기 때문에 테일러메이드의 제품은 눈에 확 띈다.

캘러웨이의 광고는 테일러메이드의 바람을 빼겠다는 의도다. 광고는 “캘러웨이의 레이저 호크는 스포츠카 람보르기니와 제휴한 디자인으로 공기 역학적으로 설계됐으며 이 기술 차이를 (테일러메이드의 흰색) 페인트로 덮어 버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6야드가 어느 기관에서 측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테일러메이드는 “상대 광고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 제품은 많은 선수들이 사용하는 등 이미 장점이 증명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테일러메이드는 “그냥 페인트를 칠한 것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2% 정도 커 보이고 타깃을 겨냥하기가 쉬우며 빛이 반사되지 않아 눈이 편한 효과 등이 있다”고 말했다.

비교 광고는 가능한 하지 않는 것이 상대에 대한 에티켓이다. 위험도 많다. 국내 광고회사인 크리에이티브 에어의 권오성 팀장은 “실패하면 브랜드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상대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비슷한 규모의 브랜드끼리는 비교 광고를 잘하지 않는다. 그러나 반드시 이겨야 할 상황이 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한 용품업체가 타사 드라이버 사진을 배경으로 ‘계급장 떼고 한 판 붙자’는 도발적인 카피 문구를 내걸어 화제가 됐다. 이 회사는 당시 주요 브랜드들과 자사 제품을 직접 비교하는 광고 내용으로 다른 업체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비교 광고를 통한 치열한 막후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골프볼 시장도 마찬가지다. 스릭슨을 만드는 던롭은 시장 점유율 1위인 타이틀리스트 볼을 인쇄 광고에 등장시켰다. 스릭슨은 새로 나온 ‘뉴 Z스타’와 타이틀리스트 ‘프로V1’ 골프볼의 그림을 나란히 놓고 “스릭슨은 성능으로 증명한다. 성능에 만족하지 못하신다면 전액 환불해 드립니다”라는 문구를 썼다. 타이틀리스트보다 스릭슨의 새 공이 더 좋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5피스 볼을 출시한 테일러메이드도 ‘왜 테일러메이드 볼로 바꿨을까’라는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대가 프로V1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지만 비교 대상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타이틀리스트는 비교 광고에 대한 대응은 안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타이틀리스트 측은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선을 넘으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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