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성 파문 … 도마 오른 법정관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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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 등이 ‘광주광역시 선재성 부장판사 비리 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지법 파산부 선재성(48·사진) 수석부장판사의 부적절한 법정관리인 및 감사 선임 논란이 확산되면서 차제에 전국 법원의 법정관리제도 운영 시스템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영난에 빠진 기업을 살려야 하는 법정관리인과 회생 대상 기업의 자금 흐름 등을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하는 감사 선임 과정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기업 회생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친형을 자신이 담당하는 법정관리업체의 감사로 임명했다 물의를 빚은 선 부장판사가 지난해 4월 고교 동기이자 대학 동창인 강모(48) 변호사를 S건설 등 3개 기업의 법정관리인 대리와 감사로 선임한 사실이 3일 추가로 드러났다. 선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엔 자신의 운전기사 출신으로, 법원 기능직 공무원을 지낸 이모(61)씨를 O사의 법정관리인으로 임명하도록 후배 판사에게 추천한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지법은 선 부장판사(차관급)와 회생단독판사 3명 중 2명이 번갈아 가면서 파산부를 구성한다. 규모가 큰 기업은 선 부장판사가 재판장인 파산부에서 법정관리인과 감사 등을 임명한다. 규모가 작은 곳은 파산부에 참여하지 않은 회생단독판사가 관리한다.

 강 변호사의 경우 올해 1월 법정관리인 대리의 임기가 끝나면서 감사로 다시 임명됐지만 지난달 중순 사임했다. 그가 사임한 시점은 선 부장판사의 형이 법정관리 중인 N건설의 감사로 선임됐다 말썽이 나자 사임했을 때다. 강 변호사는 법정관리인 대리·감사로 일한 대가로 해당 업체에서 한 달에 500만원씩 받았다. 강 변호사는 “3개 회사는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한 회사”라며 “선 부장판사와의 친분 때문이 아니라 전 경영진의 추천으로 선임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 부장판사에게) 누가 될까 봐 그만둔 것이지 문제가 있어 사임한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선 부장판사는 친형의 감사 임명을 전후해 고교 후배 변호사인 A씨를 또 다른 법정관리업체의 감사로 선임한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A씨는 “내가 나온 학교가 법조인 출신이 많아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며 “해당 회사의 고문 변호사를 맡았던 게 인연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 부장판사는 “파산부는 합의부인 만큼 재판장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다”며 “업무 필요성 때문에 회사의 전직 경영진이 이들을 추천해 선임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역 시민단체는 선 부장판사의 법정관리인 선임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한다. 김기홍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법관은 도덕적 기준을 스스로 세우고 지켜 가야 하는 직업”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법부가 청렴의 문제를 재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지방변호사회는 강 변호사가 법정관리인 대리와 감사로 선임된 것과 관련해 진상 규명에 착수했다.

 대법원도 선 부장판사를 둘러싸고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 관계자는 “이런 사안이 재판의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고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며 “위법사항이 있는지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새로 불거진 의혹을 포함해 전반적인 감사를 한 뒤 선 부장판사에 대한 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광주=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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