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투자 ABC] 인플레 안정될 2분기 이후 주가 다시 오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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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요즘 인플레이션에 관한 뉴스가 많다. 인플레이션이란 물가가 오르는 것인데 오르는 물가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먼저 자산 인플레이션이 있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하기를 원하는 자산의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예컨대 부동산·주식·금값이 상승하면 이것은 자산 인플레이션이다. 자산이 비싸진 덕에 채무자들은 빚을 갚을 수도 있고, 자산가는 소비를 더 늘릴 수도 있다.

 3년 전 발생한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 세계가 선택한 것은 바로 ‘자산 인플레이션’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부채를 늘려도 자산가치가 상승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면 이것이 위기 극복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예전에 주요국 정부는 대규모 건설 토목공사 등으로 경기를 부양했다. 하지만 요즘은 자동차 소비 보조금 등을 지원하면서 직접적으로 소비를 자극한다. 다행히 이번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과 주가 상승은 소비뿐만 아니라 기업 실적도 함께 좋아지는 이상적인 결과를 낳았다.

 문제는 자산 인플레이션 그 이후다. 돈을 풀었다면 소비자물가(CPI) 인플레이션이 시차를 두고 발생하게 된다. 최근 주가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뉴스에서 꼽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바로 CPI 인플레이션이다. 쉽게 말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소비하는 음식·석유·이발비 같은 생계비가 오르는 게 CPI 인플레이션이다.

 CPI 인플레이션은 자산 인플레이션과는 달리 부작용이 크다. CPI에서 식료품 비중이 큰 나라(보통 빈부 격차가 큰 후진국)일수록 CPI 인플레이션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일부 국가에서는 이를 계기로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상반기 주가 조정을 전망하는 이유도 바로 CPI 인플레이션 부담 때문이다.

 CPI 인플레이션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1980년대부터 20년간 미국의 주가가 지속적인 CPI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상승할 수 있었던 것은 생산성 개선의 기여가 컸다.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적게 투입하고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하는데, 선진국 입장에서는 신기술이 있어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신기술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바로 설비투자 증가다. 따라서 올해 증시에서 주요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증가했다는 지표만 확인된다면 생산성 향상에 힘입어 CPI 인플레이션은 중기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주가 조정은 이런 생산성 개선을 확인하기 전에 바닥을 칠 것 같다. 생산성 개선은 장기적인 주가 전망에 필요한 것이지 단기 전망을 위한 얘깃거리는 아니다. CPI 인플레이션은 올해 2분기로 넘어가면서 안정을 보일 전망이고, 그 시점을 전후로 주가는 다시 재상승을 시도할 것 같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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