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 마일리지] 가스비 10만원 줄어 … 옆집이 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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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마일리지에 가입한 이미자씨가 27일 서울 강북구 번3동 자신의 미용실에서 손님이 잠시 없는 사이 전등을 끄고 있다. [조문규 기자]

고광숙(38·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씨는 얼마 전 집으로 날아온 2월 도시가스 요금청구서에 속이 몹시 상했던 기억이 있다. 액수가 많았던 탓이다. ‘대낮에도 이불을 깔고, 가족들한텐 실내에서도 내복과 외투까지 걸치게 하면서 아꼈는데….’ 1월 내내 이어졌던 이상 한파 앞에선 장사가 없는 듯했다.

 며칠 뒤 옆집 아주머니가 놀러왔다. 그 집도 똑같은 네 식구였다. 넋두리가 하고 싶어졌다. “가스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청구서를 보여주자 옆집 아주머니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우리 집보다 10만원은 덜 나왔는데?”

 고씨는 그 일만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남들도 다 우리같이 사는 줄 알았죠.” 고씨는 ‘에코 마일리저’다. 서울시가 2009년 시작한 에너지 절감 캠페인 ‘에코 마일리지’의 3년차 회원이다. 특히 대기전력을 아껴 톡톡히 재미를 봤다. 재택근무 때문에 집에 컴퓨터만 3대였던 고씨는 평소 전원을 잘 끄지 않았다. ‘이까짓 게 얼마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회원 가입 후 전원 끄기를 생활화했다. 이렇게 한 달간 아낀 전기가 전년 평균 대비 377kWh였다. 200W짜리 옥매트를 6시간씩 30일간 켜놨을 때 소비되는 전력량이었다. 전기요금으론 4만원 정도 됐다.

 이미자(45·서울 강북구 수유동)씨가 에코 마일리지를 접한 건 3년 전 초등학생(12) 딸아이가 가져온 가정통신문에서였다. ‘에너지를 줄이면 인센티브를 준다고?’ 호기심에 덜컥 웹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했다. ‘우리집 에코방’이란 코너가 눈길을 끌었다. 집 안에서 쓰는 하루 동안의 에너지(전기·수도·도시가스)를 간단하게 탄소배출량(㎏)으로 환산해줬다.

 이씨는 달력에 그날그날 에너지 사용량을 빼곡히 기록했다. “매일 이렇게 하니 에너지 사용량 변화가 한눈에 보이는 거예요. 어제 10을 썼으면 오늘은 7만 써보자, 이런 식으로 오기가 생겼죠.” 그러길 석 달여,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전기 292kWh, 도시가스 199.5㎥, 수도 13㎥ 등 종전 사용량의 31%나 줄였다. 탄소배출량으론 683㎏이었다.

에코 마일리지엔 ‘또 다른 보상’이 따라온다. 적립된 마일리지로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송현정(29·서울 관악구 대학동)씨는 마일리지로 최근 전력 소모가 덜한 LED 조명등을 구입했다. 서울시는 최근 카드사와 손잡고 마일리지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에코 마일리지 카드도 선보였다. 적립된 마일리지로 지방세, 이동통신요금 납부는 물론 각종 문화시설(세종문화회관, 한강유람선 등) 이용 시에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글=양원보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에코 마일리지=개인 또는 단체가 쓴 에너지 사용량(전기·도시가스·수도)을 최근 2년과 비교해 6개월간 평균 10% 이상 절감하면 친환경 상품 등 인센티브를 주는 시민참여형 에너지절감 프로그램. 서울시 에코 마일리지 홈페이지(ecomileage.go.kr)에서 회원가입하면 된다. 현재 38만여 명이 회원으로, 서울시내 816개 초·중·고교도 가입했다. 그동안 9만2000t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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