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판교의 시크릿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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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688대 1. 지난해 6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도 판교신도시에 공급한 고급 연립주택인 판교월든힐스의 최고 청약 경쟁률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 늪에 빠져 있던 시기가 아니었어도 놀라운 이 성적은 지난해 분양시장에서 단연 화제가 됐다.

같은 단지인 데도 블록마다 큰 차이가 나는 청약 결과도 눈길을 끌었다. B5-1블록은 수십대 1에서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B5-2블록은 대거 미달됐고 B5-3블록은 평균 3대 1을 기록했다.

이 단지의 놀라우면서도 특이한 분양성적의 1등 공신으로 설계가 꼽힌다. LH는 국제설계 현상공모를 통해 세계적인 건축가 3명을 선정해 블록마다 그들의 설계를 적용했다.

B5-1블록은 핀란드의 페카 헬린이, B5-2블록은 일본의 야마모토 리켄이, B5-3블록은 미국의 마크 맥이 설계를 맡아 같은 단지인 데도 전혀 다른 3가지 특징이 묻어난다.

그간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설계는 주택 수요자들에게 매력으로, 혹은 이질감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 경기도 판교신도시 내 월든힐스 B5-1블록 전경.

2006년 분양 당시 ‘로또’로 불리던 판교신도시라는 입지도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판교신도시는 입주 2년차에 접어들면서 대부분 아파트에 수억원의 웃돈이 형성되며 몸값이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아 주변 연립주택 시세보다 3.3㎡당 300만원 정도 저렴한 분양가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LH에서는 판교월든힐스 한 가구가 팔릴 때마다 1억원씩 손해가 난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만큼 분양가가 싸게 책정됐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화제를 뿌렸던 이 단지의 입주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전혀 다른 3가지 특징을 가진 판교월든힐스, 어떻게 지었는지 찾아가봤다.

테라스형•복층형 등 설계 다양

핀란드의 페카 헬린이 설계한 B5-1블록은 109~193㎡(이하 전용면적) 98가구로 이뤄졌다. 분양 당시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가장 인기가 좋았다. 지난해 12월 입주가 시작됐고 아직까지 입주율은 50%에 못 미친다.

대부분 집주인의 취향에 따라 인테리어를 추가로 하고 있어 내부 공사 중인 가구가 많다. 개별적으로 인테리어에 쓰는 비용은 가구당 1억~2억원이라는 게 인테리어 업체의 귀띔이다.

이 블록의 가장 큰 특징은 부채를 연상시키는 평면이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각이 아닌 부채살의 곡선미가 살아있는 모양이다. 지형을 최대한 살리고 단지 외관에 리듬감을 주기 위해서다.

▲ 155㎡ 테라스형 평면도.

하지만 네모 반듯한 모양의 가구나 가전제품을 놓기에는 다소 불편하다. 벽에 맞춰서 가구를 넣으면 기울어진 모양이 되고 벽에 맞추지 않으면 빈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크게 연립형과 테라스형으로 나뉘고 테라스형 중에는 복층형도 있다. 테라스형의 경우 각 공간마다 테라스로 연결되는 별도의 문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각 침실의 경우 출입문뿐 아니라 테라스로 연결되는 각각의 문이 있다.

155㎡ 테라스형을 분양 받은 임동애씨는 침실(안방)에 드레스룸, 화장대 등을 별도로 설치하고 화이트와 베이지 색상, 조명 등을 활용해 갤러리 분위기가 나도록 꾸몄다.

주방은 ‘ㄱ’자로 새로 꾸며 거실을 보면서 설거지 할 수 있도록 했다. 거실•테라스와 맞붙어 있는 침실은 가변형 벽체인 점을 활용해 유리문을 설치, 서재로 활용할 계획이다.

임씨는 “아파트도, 주상복합도 다 비슷비슷해서 식상했는데 색다른 설계가 좋다”며 “단지 바로 옆에 있는 산책로를 걷다 보면 청계산으로 바로 연결되는 점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특징이 고루 섞였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아파트의 보안시스템 등을 갖췄지만 테라스 등이 있어 단독주택의 아늑함도 있다는 것이다.

분당신도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이사 온 김현철씨는 “단지 입구에 경비실과 자동 차단기가 있어 외부 차량이 통제 되는 등 아파트처럼 보안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 192㎡ 테라스 단층형 거실.

전체적으로 분양가에 1억~3억원 정도 프리미엄이 붙었다. 155㎡형의 경우 분양가에 2억원 정도 웃돈이 붙어 13억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하지만 매물은 많지 않다.

광교부동산 김근요 사장은 “1블록은 전체 가구수의 10% 정도가 매물로 나와있다”며 “수요자들의 관심은 높아 평일에도 20명 정도 둘러보러 온다”고 말했다.

거래는 활발하지 않고 한 달에 한 두건 정도 이뤄진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복층형의 경우 40대 이하 수요층이 선호하고 단층형은 장년층이 많이 찾는다.

복층의 경우 집안에도 계단이 있어 관절 등이 좋지 않은 장년층은 꺼린다는 것이다. 반면 젊은층은 이전에 살아보지 못한 복층형을 선호한다.

전세는 거의 없다. 간간히 찾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 가격을 절충하지 못한다. 전세시세는 3.3㎡당 1000만원선이다. 140㎡형의 경우 전세값이 5억원선이다.

전세시세가 높을 뿐 아니라 아직까지 단지 인근에 생활편의시설이나 대중교통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전세수요를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 192㎡ 테라스 단층형 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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