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美 록밴드, 라이브 음반 3자대결

중앙일보

입력

내로라하는 미국의 라이브 록밴드 셋이 데뷔 이래 처음으로 나란히 라이브 실황 음반을 냈다.

슬래시 메탈의 '제왕' 메탈리카, 인더스트리얼 록스타 마릴린 맨슨, 그리고 LA메탈의 '핵주먹'으로 93년 이래 사실상 해체상태였던 건즈 앤드 로지스가 주인공들. 이들은 스피커를 날려버릴 듯한 초강력 사운드와 광기 넘치는 무대매너로 90년대 록 라이브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라이브가 음반으로 담기면 맛이 달아난다는 우려 때문인지 실황 음반 제작을 극구 기피해오다 세기말 극도로 발달한 녹음기술을 인정해 마침내 음반을 내놓게 된 것.

〈지구상 마지막 투어〉란 제목으로 음반을 낸 맨슨은 시각적인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무대 연출력을 사운드로 전한다.

성(性)역할 전도. 신성모독. 마약 등 온갖 금기를 거리낌없이 다루는 맨슨의 무대가 점착성 강한 세기말적 사운드로 옮겨져 음반에 흐른다. '록 이즈 데드' '뷰티플 피플' 등 히트곡이 망라됐다.

메탈리카의 라이브음반은 그들 특유의 광폭한 선율을 섬세하고 느긋한 관현악 연주와 조화시켰다는 점에서 놀랍다. 20년만에 처음 나온 이들의 라이브음반 〈S&M〉은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마이클 케이먼의 지휘로 지난 4월 21, 22일 펼쳐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의 합동공연을 담고있다.

딥 퍼플이 로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 음반을 내긴 했지만 메탈리카에 비해 훨씬 말랑말랑한 하드록밴드였던 점을 감안하면 메탈리카의 시도는 놀랍다. 결과는 '심포니록'이란 평을 미국 언론으로부터 받아낼 만큼 멋진 사운드를 내고있다.

한편 강렬하면서도 멜로딕한 기타연주와 악마와도 같은 비브라토(떨림음) 창법으로 80년대 말과 90년대 초를 풍미했던 LA메탈의 대표주자 건즈 앤드 로지스의 〈라이브 87-93〉은 올해 보컬 액슬 로즈를 중심으로 재결성하면서 그 기념으로 과거 라이브 명연을 모은 것.

'파라다이스 시티' '스위트 차일드 오브 마인' '노벰버 레인' 등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히트곡이 2장의 CD에 망라돼 있다.

건즈 앤드 로지스는 아놀드 슈워제너거가 주연한 영화 〈엔드 오브 데이즈〉에 '오 마이 갓'을 수록함으로써 2기 활동을 시작했다.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이 노래에서 로즈는 옛날보다 한결 가라앉은 목소리를 들려줘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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