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속설, 정말 맞나요?] 귀지 축축하면 유방암 위험? 검증된 건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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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젖은 귀지를 가진 사람은 마른 귀지를 가진 사람보다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

A  사람들 중엔 간혹 귀지가 축축한 사람들이 있다. 귀지는 일종의 ‘때’다. 우리 몸에서 떨어져나간 죽은 세포가 땀샘과 같은 분비선을 통해 나온 액체와 합쳐져 만들어진 엷은 막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귀지를 제거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귀지를 파는 이유가 ‘청결유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귀지는 귀를 촉촉하게 만들어 이물질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보호역할을 한다. 귀지에는 병원균에 대응하는 라이소자임과 같은 효소가 포함돼 있다. 자녀의 귀지를 열심히 파주는 부모들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일이다.

 귀지에는 젖은 귀지와 마른 귀지가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귀지는 마른 귀지다. 동양인은 젖은 귀지를 가진 사람이 적다. 조사한 자료마다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보통 3~6%의 사람만 젖은 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미있는 점은 귀지를 만들 때 사용되는 분비물이 아포크린샘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아포크린샘은 피부 속에 있는 땀샘으로 귀의 안쪽 부위인 내이도와 함께 여성의 유두 부위에도 분포해 있다. 유두 부위에서 아포크린샘 염증 반응은 아직 논란이 있지만 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표지자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젖은 귀지와 유방암의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이 계속돼 왔다. 2009년 일본 연구팀이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젖은 귀지를 유발한다는 메커니즘을 밝힌 논문을 미국실험생물학회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젖은 귀지와의 연관성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인과관계를 재현할 연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유방암 발생의 근본 원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있다. 따라서 유방암을 잘 생기게 하는 여성호르몬의 활성을 막아야 한다. 고지방식·비만 역시 유방암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콜레스테롤이 여성호르몬의 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내 귀지가 어떤 유형인지 고민하는 것보다 저칼로리 음식과 과일, 충분한 채소 섭취, 규칙적인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병준 기자
도움말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 문병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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