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영향력 간과” 혼쭐난 패네타·클래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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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패네타(左), 클래퍼(右)

미국 정보당국의 두 수장이 16일(현지시간) 상원에서 진땀을 뺐다. 튀니지·이집트 사태를 제대로 예상하지 못한 데다 대응조차 우왕좌왕했다는 추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제임스 클래퍼(James Clapper) 국가정보국(DSI) 국장은 처음부터 해명에 급급했다. 그는 “튀니지 대통령조차 탈출하는 순간까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우리도 천리안을 가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앙정보국(CIA) 리언 패네타(Leon Panetta) 국장도 해명을 거들었다. 패네타는 “세계적으로 페이스북 계정은 6억 개, 트위터 계정도 1억9000만 개에 이르며 하루 3만5000시간분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다”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 인력만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자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다이앤 페인스타인 정보위원장은 이집트 시위 초기 ‘무슬림 형제단’에 대한 클래퍼의 오판부터 따졌다. 무슬림 형제단이 “세속적 조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본 클래퍼 때문에 미 정부가 초기 대응에 혼선을 빚었다는 것이다. 페인스타인은 “중동의 핵심 국가인 이집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중동·북아프리카 시위의 기폭제가 된 튀니지가 미 정보당국이 중동·북아프리카에서 주시해온 주요 10개국에 끼어있지도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명을 늘어놓던 클래퍼는 결국 “무슬림 형제단에 대한 초기 오판은 내 실수”라고 시인했다. 그는 “무슬림 형제단은 한목소리를 내는 집단이 아니라 다양한 분파가 뒤섞인 조직”이라며 “이집트-이스라엘 평화협정 등에 대한 이들의 입장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력을 간과했다는 질타가 쏟아지자 패네타도 “SNS를 포함한 인터넷상의 정보 수집과 분석을 위해 35명의 전문가로 구성한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며 “앞으로 SNS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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