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산 고등어가 식탁에 오른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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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롯데마트는 다음 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산 킹오렌지 2200t을 들여와 판매할 예정이다. 킹오렌지는 미국 오렌지 시장에서 품질 등으로 따졌을 때 상위 5% 내외의 품종. 일반 오렌지가 18㎏ 1박스에 113개까지 들어간다면 킹오렌지는 최대 48개 밖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크고 당도도 높아서다.

 롯데마트는 킹오렌지 전량을 썬퍼시픽사의 농장에서 직수입해온다. 지난해 6월부터 4개월여에 걸쳐 물량을 준비했다. 지난해 여름 잦은 폭우로 일조량이 준 데다 가을 이상저온 현상까지 겹쳐 감귤 생산량 급감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수입과일 상품기획자(MD) 김석원 과장은 “이상기후로 감귤의 물량만 준 게 아니라 당도도 떨어져 킹오렌지를 대체 과일로 정하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상기후 현상으로 국내 신선식품 생산량이 줄자 유통업체들이 해외 산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식탁에 오르던 국내산 신선식품이 해외산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부터 이마트 매장에는 노르웨이(사진)·캐나다산 고등어가 등장했다. 국내산 고등어 어획량이 줄면서 생긴 변화다.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고등어 어획량은 9만9175t. 예년의 절반 수준이다.

고등어가 주로 잡히는 서해안의 수온이 평년보다 1~2도 낮아진 탓이다. ‘금등어’라는 말까지 나오자 이마트는 노르웨이산 120t, 캐나다산 100t을 들여와 판매 중이다. 이마트가 지난해 말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 명태 직영 선별장(명패 품질 등급을 매기는 장소)을 낸 것도 기후변화 때문이다. 동해안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명태 어획량이 줄자 대응에 나선 셈이다.

이마트 신선식품 담당 이태경 상무는 “과거엔 비싼 해외 신선식품이 국내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없었지만 최근 이상기후 영향으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특히 대형마트 시장이 포화 상태로 가격 경쟁이 심화되자 업체들이 해외 산지 개발에 더욱 적극적이다. 중간 유통단계를 줄여 보다 싼값에 물건을 내놓기 위해서다.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 수준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실제로 이마트는 지난 2007년 바닷가재를 수입했다 거의 팔지 못해 폐기처분한 바 있다.

그러나 2년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에는 미국 메릴랜드주에서만 잡히는 블루크랩을 들여와 판매하기도 했다.

이마트 해외소싱 담당 김태우 선임바이어는 “이같은 변화로 국내 유통업체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품질이 좋은 특정 지역의 특정 품종을 골라 들여올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나주배·영광굴비처럼 캘리포니아 오렌지가 아니라 베이커스필드 오렌지, 필리핀 바나나가 아니라 민다나우 바나나 같은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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