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할머니가 재래시장 살리라고 1억 기부한 다음날 시장 지붕 폭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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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에서 내의와 잡화를 파는 전정자(70)할머니는 16일 풍물상가 복구비용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 이 돈은 전 할머니가 하루도 쉬지 않고 중앙시장에서 물건을 팔아 모은 재산이다. 전 할머니는 12일 폭설로 중앙시장 차양시설이 무너져 내리자 "어려워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터전은 보전해야 한다"며 이런 결정을 내렸다. 상가 번영회는 극구 사양했지만 전 할머니는 15일 상가번영회 계좌에 1억원을 입금시켰다. 전 할머니의 상점도 폭설로 피해를 입어 장사를 접은 상태였다.

그런데 전 할머니가 폭설피해복구비를 기부한 하루 뒤인 16일 중앙시장에서 폭설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2시29분쯤 시장 내 중앙통로 비가림 가설 지붕이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이로 인해 주민 곽모(79·여)씨 등 7명이 매몰돼 다쳤다. 사고가 나자 눈을 치우던 23사단 병력이 긴급 투입돼 구조작업에 나서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고현장을 목격한 주민 김모(53)씨는 "제설 작업을 하던 도중 '뚜 둑'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삼척시 관계자는 "할머니가 기부한 복구비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이런 사고가 나서 뭐라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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