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칠순 맞는 김정일, 평양은 떠들썩하지만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0세 생일(16일)을 앞두고 평양이 떠들썩하다. 노동신문은 13일 김정일 생일과 관련한 특집기사를 7개 면에 걸쳐 실으면서 그를 백두산과 동일시했다. “생일이 2월 16일인데 백두산 봉우리도 신통하게 216개”라고 주장했다. 그의 생일을 맞아 최대 관심사는 김정은 후계체제가 순항할지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이 아들 가말에게 권력을 넘기려다 결국 쫓겨나면서 관심은 증폭되고 있다. 후계 관련 정보를 책임졌던 한기범 전 국정원 3차장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를 짚어본다.

김정은(27)이 2~3년 뒤 주요 당권을 장악하면서 후계자 중심으로 권력구도가 재편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또 이 과정에서 권부의 일부가 불만을 표출할 수 있으나 김정은을 대체할 세력이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한기범(56)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이 14일 ‘통일연구’에 실은 ‘권력승계 시기 북한의 지배 구조와 대내외 전망’ 보고서에서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5월 국가정보원 3차장(대북담당)을 맡은 한 연구위원은 재임 당시 시작된 김정은 후계 내정 관련 핵심정보를 총괄한 북한 전문가다.

한기범 전 3차장

 한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건강이 변수지만 권력이 급속히 이전될 가능성이 높다”며 권력승계 마무리에 5년쯤 걸릴 것으로 잡았다. 권력의 주(主)가 김정일, 부(副)가 김정은인 게 현재의 김정일·김정은 공동정권이라면 2~3년 후엔 김정은·김정일 공동정권으로 바뀔 수 있고 김정일의 건강이 심각해지면 김정은 정권으로 바뀔 것이란 얘기다. 한 연구위원은 “후계 구축 초기 김정은은 배우에 불과하며 김정일이 감독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김정은이 향후 1~2년간 현재 직위인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군사 리더십 축적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1~2년 후 당 정치국 상무위원 보임을 통해 당권 장악을 공식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김정은이 조명록 총정치국장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국방위 제1부위원장을 거치거나 김정일 사후 곧바로 국방위원장에 취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평양 동물원에 이 동물을 선물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한기범 연구위원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최용해 노동당 비서, 이영호 군 총참모장을 김정은 후계체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3인방으로 꼽았다.

특히 김정일의 매제(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은 2008년 여름 김정일이 쓰러졌을 때 사실상 국정관리자 역할을 맡았고, 후계문제도 이 과정에서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노동당 대표자회 당시 인사에서 자신의 과도한 진출을 자제하는 대신 측근인 최용해·이영호를 약진시켜 간접적으로 세력권을 확대했다는 게 한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이영호는 김정은의 군권 장악을 돕고, 최용해는 ‘김정은 비서’ 역할을 하며 당무를 챙기고, 장성택은 김정일의 비서실장으로 국정 전반을 챙기는 역할분담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한 연구위원은 “김정일 이후에도 장성택 등 김정은 후원세력이 배신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후계자를 등에 업고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연구위원은 “김정은 집권 이후 경제난 지속으로 사회불안은 증대될 것”이라며 “하지만 개혁·개방으로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김정은은 리더십의 딜레마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