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원 옆 침출수 차단벽 만드는 데도 수백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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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을 막기 위해 300만 마리가 넘는 소·돼지가 전국 4200여 곳에 매몰됐다. 이들 매몰지에서 새나오는 침출수가 환경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유기물과 질소 등 오염물질이 다량 들어 있는 침출수로 인해 식수원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수백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환경부는 한강 상류지역을 대상으로 구제역 매몰지 32곳을 조사한 결과 하천변에 위치해 침출수가 누출될 경우 하천과 식수원이 오염될 것으로 우려되는 곳이 11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경북 낙동강 상류지역 매몰지에 대한 환경부 조사에서도 89곳 중 22곳이 침출수 오염 차단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매몰지 중 30% 정도에 대해 차수벽을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상당수 매몰지에서 침출수 누출이 예상됨에 따라 환경부는 매몰지와 하천 사이에 차수벽을 설치해 침출수가 하천으로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기로 했다. 차단벽은 시트파일(sheet pile)을 박거나 콘크리트 그라우팅 방법 등이 강구되고 있다. 시트파일 공법은 땅속에다 40~80㎝ 폭의 강철판을 잇대어 박는 것을 말한다. 땅속 암반층까지 깊게 ‘철벽’을 쌓아 침출수 흐름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차수벽 시공업체인 J사 김만진(59) 대표는 “가축을 4~5m 땅속에 묻었다면 적어도 수직 6~7m 깊이까지는 시트파일을 박아야 한다”며 “수평으로 1m 시공하는 데 재료비와 공사비 등을 포함해 평균 350만원 정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4200여 곳 중 1000곳(24%)에서 시트파일을 20m씩만 설치해도 700억원가량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땅을 파고 콘크리트를 부어 차수벽을 만드는 그라우팅 공법의 경우 시트파일보다 전반적으로 저렴하지만 붕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차수벽을 설치하더라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이동훈 교수는 “차수벽 설치 후 땅속에 고인 침출수가 깊은 곳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침출수를 뽑아내 별도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가축 매몰지 환경관리 지침’에서 뽑아올린 침출수를 축산분뇨처리장·하수처리장 등으로 보내 도록 했다. 하지만 처음 매몰할 때 침출수 배출 관정을 함께 설치하지 않은 경우 관정이 쉽게 막히기 때문에 침출수를 뽑아올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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