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대 국민연금 가입 급증 … 부모가 자식 노후까지 챙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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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역할의 끝은 어디일까.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8~10월 전국 2500가구를 방문조사 했더니 부모의 57%가 대학 졸업까지 부양하겠다고 답했다. 취업이나 결혼까지 보살피려는 부모도 10%가 넘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제는 10~20대 자녀의 노후까지 챙겨주려는 부모가 나타나고 있다.

 대학생 유모(20·서울 송파구)씨는 지난해 11월 국민연금에 가입했다. 부모의 권유에 따라서다. 학생이라 소득이 없어 부모가 대신 월 10만1000원의 보험료를 낸다. 아버지 통장에서 보험료가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유씨의 아버지(52·회사원)는 “아들에게 다른 보험(민영보험)을 가입해 줄 수 있지만 국민연금이 더 낫다는 얘기를 듣고 국민연금을 들어줬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의무 대상자가 아닌 10~20대 가입자가 크게 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11일 현재 10대 가입자는 262명, 20대는 1299명이다. 이는 2009년 말 각각 15명, 167명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국민연금법에는 18~26세 중 소득이 없는 사람은 의무 가입자에서 제외돼 있다. 본인이 원할 때만 가입할 수 있다.

 사회복무요원(옛 공익요원)이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모(23·서울 강동구)씨는 지난달 자발적으로 가입해 월 9만원가량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 이씨는 사회복무요원 임금(월 15만원)으로 교통비를 하고 부모님한테 받은 용돈으로 보험료를 낸다. 이씨는 “일찍 가입할수록 노후에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어 부모님 지원을 받아 가입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김형동 차장은 “18~26세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한다는 것은 대부분 부모가 자녀 대신 보험료를 낸다는 뜻”이라며 “국민연금 신뢰도가 올라가면서 젊은 층 가입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1988년 국민연금이 도입된 뒤 2007년까지 “노후에 연금을 받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임의 가입자가 드물었다. 10, 20대는 거의 없었다. 2007년 국민연금을 개혁한 뒤 재정 불안이 크게 해소되면서 2009년 들어 임의 가입자가 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10, 20대까지 가세한 것이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부모가 자식의 국민연금을 가입해 주는 캠페인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임의 가입자는 1988~2009년 3만6000여 명에 그쳤으나 지난해 5만3000여 명에 달했고, 올 1월에만 1만여 명이 가입해 모두 10만783명으로 불어났다. 그간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 가입자가 많았으나 지난해 중반 이후에는 전국에서 골고루 증가하고 있다고 연금공단은 설명했다.

 연금공단은 임의 가입자가 급증함에 따라 그동안 가입을 기피해 왔던 의무 대상자들이 자발적으로 소득을 신고해 보험료를 내는 사람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99만 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2008년 말에는 1325만 명이었다.

박유미 기자

◆임의 가입자=18~26세 청년, 배우자는 소득이 있고 본인은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 기초생활수급자 등은 국민연금 적용 제외자다. 1100만 명가량 된다. 이 중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사람이 임의 가입자이다. 최소한 월 8만9100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10년 납입하면 연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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