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사고력지도사 과정 수업 참가한 주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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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부모들 사이에서 언어사고력지도사(이하 언지사) 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은 입학사정관제로 최근 각광 받고 있는 창의사고력향상 교육이나 자기주도학습 코칭, 논술 교육을 모두 통합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9일 중앙일보와 신세계 이마트가 주부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언지사 과정 수업을 찾아가 봤다.

“아이들이 미디어를 보고 나서 결과물을 꼭 만들어 내야 한다는 의무감을 심어주면 안됩니다. 생각하는 바를 자연스레 얘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만 만들어주면 됩니다. 처음부터 감상문이나 내용 요약을 강요하면 학습 자체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니까요.”

9일 오전 이마트 성수점 문화센터에서 열린 언지사 과정 강연장. 이날은 언지사 기본 12주 과정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라 심화과정에 대한 소개와 미디어 활용 특강이 열리고 있었다.

자녀 코칭 20년 경력의 전영옥 강사는 “각기 다른 아이들의 마음을 세세하게 읽을 줄 알아야 한다”며 “모든 아이에게 똑같은 성과를 바란다는 것은 시작부터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의 성향을 잘 파악해 각각 그에 맞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의를 듣던 한 주부가 손을 든다. “그러기에는 강의 전에 준비할 일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 어떻게 모든 아이에 맞춘 결과물을 미리 준비할 수 있나요.” 전 강사는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자녀 교육 중 일어날 수 있는 많은 돌발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교육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주부 강정옥(38)씨는 “처음엔 단순히 내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시작했는데 지금은 창업까지 고민하고 있다”며 “강의를 들으면서 내 자신의 사고력도 많이 커진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강씨는 3주 전부터 이웃 지인들의 아이들을 9명 모아 가르치고 있다. 기본과정이 끝나는 3월부터 구리시에 위치한 모 교회문화센터에서 강좌도 열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자신의 자녀 4명을 가르쳐 보니 그 효과가 느껴져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것.

강씨는 “어린아이일수록 교육효과가 뛰어났다”며 “내 아이도 처음엔 글쓰기를 많이 부담스러워 했는데 2개월 정도 지나니까 자연스레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더라”고 전했다. 현재는 무료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3개월이 지나면 유료로 전환할 생각이란다. 그때쯤이면 돈을 받아도 될 만큼 실력에 확신이 생길 것 같아서다. 강씨는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하는 아이들이 과목에 상관없이 성적이 좋다는 것을 알았다”며 “나를 거쳐가는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방지영(32)씨는 당초 자기계발을 위해 강연에 참가했었다. 그는 “아이 교육도 좋지만 내 스스로 정체돼선 안될 것 같아 언지사 기본과정에 참여했다”며 “사고력을 키우는 것은 어른이나 아이 모두의 삶에 도움 되는 일”이라고 동기를 밝혔다. 하지만 방씨도 교육 도중에 슬슬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기회가 되면 외부 강의나 창업도 해볼 생각이다.

“요즘 아이들이 깊이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잖아요. 책이나 인터넷에서 너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어 그런 것 같아요. ‘왜 그런지’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고 이래선 안되겠다 싶었죠. 저 역시 아이와 대화할 때 논리적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고요. 비판적 사고력이나 논술은 대학을 가기 위한 학습이 아니라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한 도구입니다.” 방씨는 요즘 손에서 펜을 놓지 않는다. 아직 어린 자신의 아이를 가르칠 때가 되면 해볼 만한 아이템을 끊임없이 기록한다.

전 강사는 “교과서, 책, 신문, 영상매체 순으로 중요도를 구분하고 이를 읽거나 본 뒤의 느낌과 생각을 글로 정리해 보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에 따라 글을 직접 쓰거나 그림, 북아트를 활용해 느낌을 표현하게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인 글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여한 11명의 주부는 2주 후면 기본과정을 마친다. 이어 3월부터 시작하는 12주심화과정을 끝내고 7월에 실시되는 자격증시험을 거치면, 언어사고력지도사로 본격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사진설명] 언어사고력지도사 양성과정에 참여한 주부들이 미디어 활용 특강을 듣고 있다. 이번달에 기본과정을 마치는 이들은 3월부터 심화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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