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선거 다음 민주주의는 세금 감시 … 단체장 심판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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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선거는 세금 청구서다. 민주주의의 그 다음 단계는 세금 감시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46·사진) 사무처장의 말이다. 그는 이를 ‘넥스트 민주주의 3.0’으로 정의했다. 그는 “시민이 주인이 되고, 시민이 좀 더 현명해지고, 가슴속에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감성을 갖추고 우리 사회의 미래 발전을 고민하는 넥스트 민주주의로 가는 데 세금 감시가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와 실천본부는 함께 세금낭비신고센터를 발족했다. 앞으로 세금 낭비 현장에 대한 시민들의 제보를 받고 지자체들이 예산을 제대로 쓰는지를 감시하는 활동을 범시민단체·범언론 차원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왜 세금 낭비가 벌어질까.

 “역으로 묻겠다. 현장 취재 결과 어디에 낭비가 많던가.”

-토건사업과 관련된 현장이 많았다.

 “우리는 그걸 ‘공덕비’라고 부른다. 보여 주기식 낭비 사례다. 공공재원인 세금을 사적으로 쓴 현장이다. 정치인들이 어떤 사업을 하고자 할 때 재원 조달 방안을 물으면 거두면 된다는 식으로 답하더라. 국민의 세금을 마구 거둘 수 있는 돈으로 본다는 거다.”

-왜 시민이 세금 감시에 나서야 하나.

 “개개인이 내는 세금은 적은 돈이 아니다. 내 가족을 위해 쓸 수도 있지만 공동체를 따뜻하게 만들자고 내 주신 돈이다. 불만은 있지만 세금은 내겠다는 게 시민들이다. 이런 세금을 사적으로 쓴다면 이보다 파렴치한 일이 없다.”

-중앙일보와 실천본부의 공동 기획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며칠 전 대구에 갔더니 기초 지자체 공무원들이 ‘다음에는 어느 지역의 세금 낭비를 고발하느냐’고 묻더라. 센터에도 많은 제보와 격려가 쏟아졌다. ‘경북 청도의 광역 클러스터 사업 시행 과정에 문제가 많다’ ‘서울시가 시장 치적 홍보물 교체에 수십억원을 쓸 예정이다’ 등의 구체적인 제보가 많았다. 언론기관의 인터뷰와 취재 협조 요청도 이어진다.”

-공약 이행을 감시하는 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세금 감시에 나선 이유가 뭔가.

 “실천본부는 정치인의 거짓말, 약속 실천을 감시하는 곳이다. 선거 다음의 민주주의는 세금 감시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표를 가른 가장 큰 요인은 단체장의 비리·부패였다. 세금 감시는 그만큼 중요하다. 세금을 ‘눈먼 돈’으로 보는 정치인·단체장들을 바꾸자.”

권근영 기자

◆넥스트 민주주의 3.0=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영혼의 시대, 시민 주권 시대, 우리 공동체가 더 나아질 방법은 적극적 세금 감시’라는 취지로 제시한 슬로건이다.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는 저서 『마켓 3.0』에서 “이성의 시대, 감성의 시대에 이어 영혼의 시대”라며 “고객의 영혼을 사로잡는 기업이 성공한다”고 주창했다.

세금 낭비 신고 받습니다.
사이트는 www.joongang.co.kr www.taxmanifesto.or.kr 전화는 02-786-1062, 02-751-5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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