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뢰” 19회 “역적패당” 12회 … 북한 다시 비방 포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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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상균 대령(左), 이선권 대좌(右)

8~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은 결렬됐지만 남북한의 선전전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회담을 결렬시킨 데 대해 의외란 분석도 많지만, 어찌 보면 결과가 뻔한 회담이었다”며 “양측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장외전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회담이 결렬된 직후인 9일 오후 우리 정부는 두 페이지짜리 보도자료를 냈다. 이어 협상 대표인 문상균(대령) 국방부 북한정책과장이 나와 핵심 의제인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발언을 상세히 소개했다.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문 대표는 회담 정회 이후 북측 지역으로 넘어갔다 돌아온 이선권(대좌) 북측 대표가 회담 개시 12분 만에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는 상황까지 묘사했다. 문 대표는 천안함 폭침과 관련, “특대형의 모략극”이라고 한 북측 발언을 공개하며 “그들이 고위급 회담에서 밝히고자 한 견해가 무엇인지 드러났다”고 말했다. 북한이 애초에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해 사과할 의사가 없었으며, 본회담이 열리더라도 무의미한 대화라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우리는 북한의 파상적 대화 공세에 진정성이 없다는 판단을 깔고 회담에 임했다”며 “ 정부가 회담 결렬 직후 회담 상황을 그대로 공개하고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우리의 원칙적 입장을 다시 밝힌 것은 북한의 선전전에 대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10일 북한의 선전전이 시작됐다. 군사회담 북측대표단 공보를 통해 “우리 군대와 인민은 더 이상 상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며 사실상 대화 단절을 선언했다. 또 회담을 장황하게 설명하며 남측을 공격했다. ‘북남 군부대화선에서 드러난 역적패당의 불순한 속내를 밝힌다’는 제목 아래 ‘의제 설정에서의 앙탈질’ ‘대표단 구성과 관련한 비도덕적인 처사’ ‘회담 연기 주장의 검은 내막’ 등 소제목을 붙여가며 조목조목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했다. 우리 정부에 대해 ‘괴뢰’라는 용어를 19차례 사용했다. ‘역적패당’이란 표현도 12차례나 썼다.

 북한 주장에 문 대표는 이날 다시 나서 북측의 주장 중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회담 현장에서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두루뭉수리 넘어가겠다는 의도가 확인됐다”고 공박했다. 그는 북한이 실무회담을 제의하면 받느냐는 질문에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어떤 조건을 가지고 제의하느냐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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