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써니리] ‘오만한 중국 氣 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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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한국외교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환구시보(環球詩報)의 胡锡进 총 편집인은 한국 측에 '반중감정'을 갖고 있는 인사를 만나게 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한국 측은 '그런 사람이 없다'고 부인한다. 이 내용은 그대로 환구시보(環球詩報)에 실렸다.

서기 2011년, 한국에 '반중감정'은 실재한다. 이것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거치면서 겉으론 '중립'을 표방했지만 실질적으로 북한 손을 들어준 중국에 대한 한국의 정당한 불만이다.

이런 실체를 인정하고 나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하지 않았을까? '반중감정'이 없다고 했으니 대책을 세울 필요도 없는 셈이 돼버렸다. 그리고 한국 언론들이 중국성토에 목소리를 높이는 사이에 차분한 분석이 뒷전에 밀렸다.

실체에 대해 토론을 통한 정리를 겪지 않으면서 한국의 '반중 감정'은 한국 오피니언 메이커들의 자리에서도 여과 없이 성난 모습으로 '포지션닝'을 하게 된다. 1월27일 서울에서 열린 한 안보 세미나가 한 예다.

그 자리에서 박상봉 독일통일정보연구원장은 '중국 氣를 꺾어야 통일 가능'이란 주장을 펼쳤다. 그는 "중국이 갖고 있는 많은 약점을 한국이 활용해야 한다"며 중국이 국제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인권문제, 민주문제, 그리고 작년 한 해에만 발생한 7만여 건의 폭동문제 등을 "집요하게 이용하자"고도 했다.

속이 시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 중국에 이용할 수 있는 지렛대가 정말 많은 가이다.

지난 가을 한국 '세계지식포럼'에 참가한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紙 칼럼니스트는 "중국이 세계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세계가 중국을 더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됐다"는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싫어도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 워싱턴포스트紙 칼럼니스트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

심지어 미국의 지렛대도 짧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 엄포를 몇 년째 하면서 이번에도 결국 하지 못했다. 손찌검을 하고 싶어 손을 들었는데, 아이 덩치가 불쑥 부모보다 더 커버린 것을 발견한 것이다. 미국이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몇 년째 이런 식이다.

중국 氣를 꺾는 카타르시스 맛보고 싶은 감성적 충동도 좋지만, 현실 국제정치에서 한국이 중국에 갖고 있는 지렛대는 과연 얼마나 긴지 냉철한 토론도 있었으면 한다. 아니 이 참에 아예 한국이 중국에 사용할 수 있는 지렛대가 무엇들이며, 그것이 얼마나 큰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는지, 또 그것이 안 통할 때는 다른 대안들은 무엇들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보았으면 한다.

써니리 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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