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 낸 신달자 ‘시는 마음의 비타민, 매일 복용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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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오피니언면 ‘시가 있는 아침’에 연재했던 시해설집을 낸 신달자씨. [변선구 기자]

시인 신달자(68)씨가 선집(選集) 『눈송이와 부딪쳐도 그대 상처 입으리』(문학의문학)를 냈다. 2007년 10월부터 세 달간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 연재했던 60여 편 등 짧고 아름다운 시 76편에 해설을 붙였다. 책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눈송이가 어깨에 내려앉아도 상처 입을 만큼 약하고 자아가 예민해진 상태라는 거다. ‘시가 있는 아침’에서 소개했던 시인 황동규 시인의 ‘연필화(鉛筆畵)’의 마지막 구절에서 따왔다. 전문은 이렇다.

 ‘눈이 오려다 말고 무언가 기다리고 있다/옅은 안개 속에 침엽수들이 침묵하고 있다/저수지 돌며 연필 흔적처럼 흐릿해지는 길/입구에서 바위들이 길을 비켜주고 있다//뵈지는 않지만 길 속에 그대 체온 남아 있다/공기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무언가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눈송이와 부딪쳐도 그대 상처 입으리’.

 딱히 설명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이미지가 선명한 시다. 찌푸린 겨울날을 배경으로 실연당한 이의 고즈넉한 내면이 선연히 드러나 있다. 신씨의 해설은 결코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곧 눈 내리겠다…연필이란 단어는 우리 가슴에 진한 금을 긋는다’라고 운을 뗀 후 ‘어느 길이든 그가 있겠지만 바위가 길을 비켜 주는 그 길의 속살 속에서 눈송이와 부딪쳐도 상처 입을 그대가 있다’라며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옆에서 말 건네듯 친근하고 알기 쉽게 해설해 읽는 이의 감상을 돕는다.

 선집에 실린 76편의 색깔은 제각각이다. ‘아침에는/운명 같은 건 없다’로 시작하는 정현종의 ‘아침’, 강가의 돌을 ‘물의 큰 알들’이라고 표현한 문태준의 ‘돌의 배’ 등 비교적 많이 알려지고 절묘한 시가 있는가 하면 한영옥의 ‘초겨울 단상’처럼 상대적으로 묻혀 있던 시도 있다. 시마다 그에 맞는 컬러 이미지를 곁들여 시집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신씨는 “시는 독특한 비타민”이라고 정의했다. “마음이 슬프거나 울적할 때 혹은 기쁘거나 화 날 때 그런 감정상태가 잘 표현된 시를 읽음으로써 오히려 잊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잊지 말고 적당량을 매일 복용하라는 얘기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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