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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끼는 브래지어 유방암 부르고 껴입은 옷은 감기 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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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겨울이 되면 아내의 잔소리가 더 심해진다. 두꺼운 내복을 입어라, 군밤 장수 아저씨가 쓰면 좋을 모자를 써라 등등. 하지만 이런 패션은 답답하고 촌스러운 듯해 꺼리게 된다. 따뜻함보다는 최근 유행하는 패션과 스타일에 맞는 옷을 선택해 멋을 내고 싶은 게 현대인의 심리다. 하지만 잔소리처럼 들리는 스타일이 내 몸의 열을 이용한 과학적인 옷차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옷은 우리 몸의 피부를 보호하고, 체온을 유지하는 중요한 도구다. 올겨울은 체열을 최대한 지키는 옷차림을 터득해 따뜻한 겨울을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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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복을 입으면 보온과 옷맵시를 모두 충족시킨다.

인간의 정상적인 체온은 36.5℃를 유지한다. 사시사철 36.5℃ 주변을 맴돈다. 물론 격렬한 운동을 한다면 38.5∼40℃로 체온이 높아지고, 감정적으로 흥분해도 38℃ 이상이 될 수 있다. 체열 생산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동이 끝나면 곧바로 원래의 온도로 돌아오므로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일 뿐이다.

과학 | 사시사철 건강하게 옷 입기 #레깅스는 곰팡이균 서식 초래할 수도

보통 체온은 봄·여름·가을·겨울의 기온이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얼음물을 먹는다고 해서 체온이 떨어지거나 뜨거운 물을 먹는다고 체온이 올라가지도 않는다. 우리 몸에는 체온조절 시스템이 있어 어떤 경우에도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한다.

인체는 대사 과정에서 끊임없이 열을 생산한다. 정상인의 경우 열의 70%는 몸 중심부 장기에서, 30%는 피부와 말초 조직 등에서 생산한다. 피부 조직은 그 자체에서 생성되는 열량이 아주 적다. 따라서 몸의 중심부와 피부 체온 사이에 자연스럽게 열경사가 생기고, 생명과 직결된 중심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열 순환이 이뤄진다. 중심부에서 데워진 동맥피가 열경사에 따라 바깥쪽으로 이동하고, 바깥쪽의 찬 정맥피는 중심부로 이동한다.

이 과정을 총지휘하는 것은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체온조절 중추다. 뇌에 들어오는 혈액의 온도를 미리 입력된 ‘기준 온도’와 비교해 높거나 낮으면 ‘인터류킨1’ 등의 체온조절 물질을 분비하여 혈액의 흐름을 조절한다. 우리가 추위에 노출될 때 손발이 찬 것은 환경온도가 낮아서 피부가 차가워졌기 때문이 아니다. 추운 환경에서 몸의 중심부 온도를 유지시키기 위해 피부의 혈액순환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체온조절 시스템에 의해 우리의 몸은 항상 36.5℃를 유지하는 것이다.

체열의 대부분은 근육의 수축으로 발생한다. 근육이 수축할 때 화학에너지의 약 70%가 열의 형태로 전환된다. 추운 겨울날 체온이 정상 이하로 떨어지면 우리의 몸이 떨린다. 근육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해 더 많은 열을 생성하려는 것이다. 소변을 보고 나서 몸이 떨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따뜻한 소변이 몸에서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몸을 떨어 열을 더욱 많이 생산시키는 것이다.

또한 추울 때는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게 된다. 이는 우리 몸의 표면적을 작게 하여 몸으로부터 빠져나가는 열을 줄임으로써 몸을 따뜻하게 하려는 본능적인 자기방어 동작이다. 체열을 외부로부터 빼앗기지 않기 위해 땀구멍도 닫는다. 반대로 더운 여름날 체온이 정상 이상으로 상승하면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땀구멍을 연다. 땀으로 열을 배출함으로써 체온을 정상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우리가 옷을 입는 것 또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별생각 없이 더우면 벗고 추우면 옷을 챙겨 입는다. 하지만 우리가 옷을 꼭 입고 지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옷을 입지 않은 맨몸의 상태에서는 더울 때 땀을 흘려 더 많은 열을 방출되도록 하거나 겨울철 몸을 움츠려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 범위가 너무 좁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외부환경 온도가 26℃로 바람이 없을 때는 맨몸으로도 더위나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이 온도보다 외부 온도가 낮을 때는 추위를 느끼게 돼 옷을 입어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반대로 외부 온도가 높을 때는 이것을 차단하는 옷을 입거나 혹은 피부 표면을 그다지 싸지 않는 옷을 입어 열을 발산시켜 체온을 조절해야 한다. 즉 노출 면적을 조절함으로써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옷만 잘 입어도 질병을 예방하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지금 입고 있는 옷만으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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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9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이 연일 강추위를 보이고 있는 13일 오전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두꺼운 옷차림의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옷은 우리 몸과 가장 가까운 ‘유비쿼터스 환경’이다. 학교와 사무실, 작업 현장, 자동차, 바깥 공기 등 어떤 환경보다도 가깝게 있으면서 우리 몸을 조절한다. 우리가 옷을 입게 되면 피부 표면과 의복 사이의 공간에 온도와 습도, 공기의 흐름인 기류가 형성된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의복 기후’라고 부른다. 의복 기후의 가장 적당한 표준 온도는 30~32℃, 습도 40~60%, 기류 0.3m/sec이다. 이것은 의복의 온열과 쾌적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환경은 인체와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환경 중에서도 ‘의복 기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여러 사람이 같은 온도의 실내에 있을 때 어떤 사람은 덥다고 하지만 어떤 사람은 춥게 느끼고 또 어떤 사람은 괜찮다고 하는 것은 사람마다 의복 기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의 한서 감각, 즉 추위와 더위를 견디는 힘이 다르다는 얘기다. 또 옷을 입는 습관에 따라 추위나 더위를 선호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옷 잘못 입으면 병 키운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이 옷을 잘 입었는지를 평가할 때는 주로 옷 모양과 색상의 조화가 잘 이루어졌는지를 먼저 본다. 하지만 건강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겉모양보다는 의복 기후의 조건인 온열이나 쾌적성을 잘 갖춘 실질적인 옷차림이 잘 입은 것에 속한다. 패션만 고려해 옷을 잘못 입게 되면 질병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니스커트를 자주 입다 보면 자궁의 온도를 떨어뜨려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배꼽티를 자주 입으면 아랫배를 차게 해 자궁의 혈액순환이 정체되면서 생리불순과 생리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성의 배가 차가우면 위와 장의 기능이 떨어져 소화불량과 설사가 발생하고 만성변비가 나타날 수도 있다.

또 꼭 조이는 브래지어를 한 여성은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 가슴도 편안하게 숨을 쉬면서 움직임이 원활해야 하는데, 가슴을 너무 밀폐시켜 공기 소통이 안 되면 유방에 종양이 생길 우려가 높아진다.

몸에 꽉 끼는 스키니진이나 레깅스 또한 혈액순환 장애와 곰팡이 균의 서식을 불러올 수도 있다. 젊은 여성들이 옷맵시를 살리면서 방한 효과를 내기 위해 즐겨 입는 레깅스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을 때보다는 따뜻하지만, 몸에 꽉 끼는 탓에 혈액순환 장애를 가져와 다리에 피로를 누적시킨다. 이로 인해 혈관이 탄력을 잃어 늘어지고 꼬여 피부 표면으로 울퉁불퉁하게 튀어 올라오는 하지정맥류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통증은 물론이고 심미적으로도 좋지 않은 대표적 여성 질환이다. 따라서 의복을 어떻게 입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

추운 겨울날 내복을 입는 것은 건강을 지키는 방법의 하나다. 피부는 항상 수분을 바깥으로 발산해 피부 주위의 온도를 떨어뜨린다. 그런데 내복을 입으면 밖으로 배출되는 수분이 내복과 피부 사이에 머무르면서 발산되는 체온을 보호해주는 효과를 얻게 된다. 내복의 발열 기능으로 외부로부터 체온을 얻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나가는 열을 잡아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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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신호등.

우주 공간의 우주인이나 용광로 등 열기가 심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생명을 유지하며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신체를 보호해주는 기능복을 입었기에 가능하다. 우주복은 기능복의 가장 대표적인 옷으로, 아름다움이나 사회환경과 관계없이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을 집어넣어 디자인한 것이다. 우주인이 경험하는 기후 변화나 고온의 열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면서 그들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몸동작을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또 소방대원들이 두꺼운 옷감으로 만든 옷을 입는 것도 외부의 열을 차단시켜 몸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들처럼 극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은 당연히 옷을 최대한 활용해 몸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너무 지나치게 옷으로 몸을 감쌀 필요는 없다. 체온조절을 잘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단순한 옷 입기가 필요하다.

겨울에는 약간 춥게 입어 추위를 즐겨라
어느 누구든 아무리 멋지게 옷을 입더라도 날씨와 동떨어진 옷을 입는 경우는 드물다. 겨울만큼 옷차림이 건강과 직결되는 계절도 없다. 기온이 떨어지면 열을 빼앗기지 않도록 보온을 해 체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정상 체온보다 약 2~3℃만 높아지거나 낮아지더라도 큰 문제가 생긴다.

몸은 네 가지 경로를 통해 체내의 열을 방출한다. 복사·전도·대류, 그리고 땀의 증발이다. 복사란 몸에서 복사열, 즉 적외선을 내보내는 현상이다. 30℃가 조금 넘는 사람의 피부에서 복사되는 적외선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따뜻한 열기로 그 존재를 알 수 있다. 서늘한 침실에서 옆에 누워 있는 사람의 몸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사람의 복사열 때문이다.

전도는 주위의 사물과 몸이 닿을 때 열이 이동하는 현상이다. 둘 사이의 온도 차이가 크고 열전도율이 큰 물질일수록 열의 이동이 활발하다. 한겨울에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으면 몇 분을 버티기 어려운 것도 시멘트가 열을 계속 뺏기 때문이다.

대류는 기체나 액체에서 부분적인 밀도 차이로 인해 생기는 흐름이다. 추운 곳에 피부를 노출할 경우, 피부 주위의 공기는 따뜻해지면서 밀도가 낮아져 위로 이동하고 차가운 공기가 그 자리에 들어오는 현상이다. 이렇게 해서 몸은 주위에 열을 빼앗기게 된다.

온도가 내려갈수록 전도와 대류에 의해 많은 열을 빼앗기기 쉽다. 그래서 겨울에는 두꺼운 옷 하나를 입기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는 것이 따뜻하다. 대류를 막고 옷과 옷 사이에 열전도율이 낮은 공기층을 둠으로써 열의 이동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꺼운 옷 하나를 입는 것이 보온 효과가 훨씬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몸과 옷이 이루는 공기층이 얼마나 형성되느냐가 보온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체온 손실은 머리와 목, 귀 부위에서 가장 심하게 일어난다. 인체의 열과 수분 30% 이상이 머리를 통해 빠져나간다. 따라서 모자와 목도리는 필수다. 심장에서 뇌로 가는 중간 부위가 목이기 때문에 목을 따뜻하게 보온해주면 등이나 어깨 부위와 뇌혈류까지도 보온이 가능하다.

발목 이하의 발은 말초혈관이 잘 통하지 않아 혈액순환 장애가 제일 많이 발생한다. 겨울철에 동상이 많이 걸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발을 감싸느냐 마느냐에 따라 체온의 보온효과가 달라지므로 가능하면 따뜻한 양말을 신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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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에는 두꺼운 외투 하나보다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는 것이 좋다. 겹쳐 입기 좋은 니트 조끼.

몸의 가장 바깥쪽에 걸치는 옷은 바람과 냉기를 차단해주는 것으로, 합성섬유보다는 울과 같은 보온 효과가 좋은 소재를 고르는 것이 좋다. 특히 피부에 직접 닿는 속옷은 반드시 땀을 잘 흡수하는 면 등의 천연 소재를 입도록 한다. 굵게 짠 니트류는 바람이 잘 통하기 때문에 안에 다른 소재로 만든 옷을 반드시 덧입어줘야 보온성을 높일 수 있다.

겨울철에는 외투 소매 끝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으로 인한 체온 손실도 상당히 크다. 소매는 밴드 형식으로 조여주는 스타일이 좋다. 옷은 내복·셔츠·니트·외투의 순서로 입고, 주위 온도에 따라 외투와 니트를 벗어 체온을 조절하도록 한다.

그렇다고 추운 날씨에 온몸을 꽁꽁 싸듯 두껍고 따뜻하게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겨울철에 너무 두껍게 옷을 껴입으면 감기에 잘 걸리거나 남들보다 추위를 잘 타게 된다. 심하면 혈관 기능과 대사 능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추위를 덜 타고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추위를 약간 느낄 정도로 살짝 춥게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일본에서는 아이들을 추위에 강하게 키우려고 일부러 어릴 때부터 겨울에도 유치원복을 반바지로 입힌다고 한다. 실제로 반바지를 입는 어린이들은 추위에 잘 견디고 건강하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추위의 자극을 경험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그래야 인체가 가진 생리적인 능력을 잃어버리지 않고, 적절한 자극을 통해 건강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쾌적하고 따뜻한 환경에서 인체는 생리 기능을 가장 적게 사용하게 돼 결국 안 쓰는 기능이 퇴화된다. 따라서 추위에 적응할 수 있는 옷차림으로 자율신경계와 혈관수축 기능을 높여 대사 기능을 높여야 한다.

겨울철과 달리 여름철의 옷 입기는 주로 벗는다는 개념이다. 열대지방인 아프리카인이 몸의 주요 부분만 겨우 가린 형태의 의복을 입거나 아예 옷을 입지 않는 것은 모두 기후 조건에 적응하기 위한 형태다. 일반적으로 여름철에는 얇고 가벼우면서 노출이 많은 시원한 옷을 입는다.

여름에는 약간 덥게 입어 더위를 즐겨라
피부는 중요한 배설기관의 하나다. 피부 호흡으로 인한 이산화탄소나 땀 등이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루에 피부에서 분비되는 노폐물을 함유한 땀의 양은 200~300cc다. 이때 만약 통풍이 잘 안 되는 옷을 입을 경우 옷 속의 습도가 60% 이상 되고, 이산화탄소의 함유 농도도 증가해 무더우면서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땀의 주성분은 염분·젖산·요소·피지 등이다. 이런 성분이 피부 표면에 쌓이면 피부가 더러워져 피부병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여름철엔 땀을 잘 흡수하고 걷는 데 불편이 없으면서 통기성이 좋은 옷을 입는 것이 바람직하다. 광선을 반사할 수 있는 흰색의 옷을 입는 것도 좋다.

여름철에 특히 몸에 꼭 맞는 옷을 입는 것은 피부 건강에 해롭다. 옷의 밀착도가 높아질수록 몸의 압박이 심해진다. 이럴 경우 건선이나 백반증, 알레르기성 질환을 일으키거나 실제 있는 질환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또 옷이 몸에 딱 달라붙으면 통풍이 잘 안 돼 쉽게 땀이 차올라 이런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남성들도 마찬가지다. 몸에 바람이 잘 통하지 않으면 남성들은 정자 생산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남성들의 경우 여름엔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것이 좋다. 노타이 차림의 편안한 옷차림은 통풍이 잘돼 의복 내 온도를 낮춰줄 뿐 아니라 여름철 에너지를 절약하는 효과가 크다. 겨울에 내복을 입으면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반드시 넥타이를 착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손가락 한 개가 들어갈 정도로 매는 것이 좋다. 너무 꽉 매면 시력이 나빠지고 최악의 경우 실명까지 갈 수 있으며, 뇌졸중 위험도 있다는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목의 경부정맥을 압박해 눈에 혈액이 정체되고, 그래서 안압이 상승해 녹내장이 생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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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적외선체열촬영기로 체온변화를 재고 있다.

사람들은 보통 여름철 옷을 시원하게 대충 걸치는 정도로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여성들의 경우 입은 것인지 안 입은 것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맨살이 거의 드러나게 옷을 입는다. 하지만 더운 날씨에 허벅지가 거의 드러나는 핫팬츠나 미니스커트, 아랫배와 가슴이 거의 보이는 끈나시와 배꼽티를 자주 입으면 남들보다 더위를 잘 타게 된다. 벗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조금만 살을 가리는 옷을 입어도 더워서 못 견디는 것이다.

따라서 여름엔 더운 물로 목욕을 자주 하는 습관과 함께 살짝 땀이 날 만큼 옷을 챙겨 입는 것이 좋다. 땀을 살짝살짝 흘리는 사람들이 혈관이 확장돼 혈액순환이 잘되고 땀샘 기능이 발달해 더위에 견디는 능력이 좋아진다.

마라토너들은 훈련을 할 때 여름에도 땀복을 입고 훈련한다. 이것은 고체온증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고체온증이란 더운 환경에서 심한 운동을 하게 되면 체열 생산량이 지나치게 높아져 몸 중심부의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마라톤 선수가 처음 달리기를 할 때는 운동하는 근육과 피부로 가는 혈류량이 많아진다. 이는 근육에 산소를 많이 공급하고, 피부에는 체열 발산으로 땀을 흘리게 하여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운동량이 증가하는 후반부로 가면서 땀을 너무 많이 흘리게 되면 혈액의 수분이 줄어들어, 혈액순환을 조절하는 중추가 근육으로만 혈액을 보내고 피부로는 혈액을 보내지 못해 체온이 급상승하면서 고체온증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땀샘은 훈련에 의해 다소 그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를테면 땀복을 입고 계속 훈련을 하면 땀샘의 기능이 강화돼 효과적으로 땀을 배출할 수 있게 된다. 마라토너들이 땀복을 입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시사철 사우나하듯 입었다 벗었다 반복하라
덥지도 춥지도 않은 봄과 가을은 안전한 계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일교차가 심하고 날씨가 변덕스러워 몸이 적응하기 힘든 계절이다.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고, 낮에는 기온이 올라가서 옷 입기가 무척 까다롭지만 일교차를 잘 견딜 수 있도록 옷차림에 신경 써야 한다.

봄과 가을에는 가벼운 티셔츠에 얇은 스웨터 등을 입고 재킷을 덧입는 식으로 여러 겹을 껴입으면 날씨가 더워져도 껴입은 옷을 벗어서 체온을 조절할 수 있다. 봄과 가을 같은 환절기에 가장 편하게 찾게 되는 아이템 중 하나가 바로 블라우스다. 기온이 올라가는 낮에는 소매를 걷어 자연스럽게 시크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면 다양한 길이의 소매로 스타일링 연출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여기에 니트 소재로 직조된 폴라형 민소매는 어깨는 시원하되 목은 보호해 환절기 기온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유용한 아이템이다.

의류학자들은 겨울이 가까워지는 시기인 가을에는 조금 서늘하게, 여름이 가까워지는 시기인 봄에는 조금 후텁지근하게 느껴지도록 옷을 입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면 추위나 더위에 견딜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어 좀 더 건강해질 수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추위와 더위에 모두 강해지려면 따뜻함과 차가움의 자극을 번갈아가면서 경험해야 한다는 얘기다. 찜질방에서 ‘온탕’과 ‘냉탕’을 반복하며 사우나를 하듯, 옷으로도 ‘온탕’과 ‘냉탕’을 반복적으로 입어 자극을 받아야 한다는 것.

이를테면 겨울에는 밖에 나갈 때 보온이 될 수 있도록 따뜻하게 옷을 입고, 집에 들어와서는 살짝 추위를 느낄 정도로 서늘하게 입는 것이 좋다. 또 여름에는 외출할 때 통풍이 잘되는 약간 시원한 옷차림이었다면 들어와서는 살짝 땀이 날 정도로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봄과 가을에는 외출 시 반소매 옷에 재킷을 걸치고, 실내에서는 겉옷을 벗는 것이 좋다. 즉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 식으로 따뜻함과 차가움의 자극을 번갈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혈관의 탄력이 좋아져 혈액순환이 잘되어 혈압이 좋아질 뿐 아니라 몸도 따뜻해진다.

옷뿐만 아니라 실내온도도 마찬가지다. 겨울철 지나치게 높은 실내온도나 여름철 지나치게 낮은 실내온도는 일교차만큼이나 실내와 실외의 온도차를 벌려 인간의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겨울에는 겨울답게 추위를 즐기고, 여름에는 여름답게 더위를 즐기며 사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제부터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멋있는 옷보다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더 챙기는 건강을 입도록 하자!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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