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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3발 몸에 박힌 안병주 소령 “내 목숨은 이미 조국의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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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안병주 소령(가운데)이 지난해 12월 8일 청해부대에 파병되기 전 큰아들 재혁(13·왼쪽), 둘째 준혁(11)군과 함께 최영함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안 소령은 18일 펼쳐진 삼호주얼리호 1차 구출작전 중 허리에 총상을 입고 현재 오만 무스카트 로열병원에 입원해 있다. [제주일보 제공]


인도양에서 삼호주얼리호 1차 구출작전(18일)에 투입됐다 총상을 입은 청해부대 소속 안병주(40·해군학군 39기) 소령이 입원한 로열병원은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서 최고의 의료기관이다. 현지 낮 최고 기온이 24도까지 올라간 25일 기자와 현지 교민들이 이슬람식으로 지어진 병원 2층 입원실에 들어서자 안 소령은 하늘색 환자복을 입고 문병객들을 맞았다. 안 소령은 청해부대 검문검색대장으로 이번 작전에 투입됐다 부하 2명과 함께 해적의 총격을 받았다.

 안 소령은 문병객들을 보자 “몸을 일으킬 수는 있다”며 애써 예의를 차렸다. 하지만 3발의 총알을 맞은 안 소령의 허리는 붕대가 둘러싸고 있었다. 의료기술적인 문제로 아직 총알을 제거하지 못한 상태였다. 안 소령의 옆 침대에는 함께 부상한 김원인 상사가 누워 있었다. 김 상사의 오른쪽 대퇴부에도 아직 총알 두 발이 박혀 있다.

강준 하사의 경우 다행히 총알이 오른쪽 광대뼈를 스치고 지나갔다. 기자가 병실을 찾았을 때 강 하사는 잠시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셋 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세 명 모두 조만간 귀국한 뒤 국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안 소령과 그의 부하들은 오만 주재 한국대사관의 노력과 오만 정부의 특별한 배려로 무스카트에서 최고급 의료기관인 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입원한 병실에선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보낸 쾌유를 기원하는 꽃바구니 3개도 눈에 띄었다. 6인실인 병실의 나머지 병상에는 현지인 환자들이 입원해 있었다. 당초 안 소령은 기자에게 “상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인터뷰가 가능하다”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하지만 기자가 안 소령에게 22일, 24일자 중앙일보와 23일자 중앙SUNDAY에 나온 ‘아덴만 여명 작전’ 관련 기사를 보여주자 “신문 기사를 읽고 싶었는데 정말 고맙다”고 반색하며 기자와 함께한 교민들에게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다음은 안 소령과의 일문일답.

 -1차 구출작전에서 부상을 당했는데.

 “다친 것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싸우는 군인인 만큼 이미 목숨은 조국에 맡겨놨다.”

 -현재 몸 상태는.

 “이곳 의료진에 따르면 총알이 1~2㎝만 비켜 옆에 맞았어도 3명 모두 즉사했을 것이다. 총알 제거수술을 받으면 괜찮아질 것이다.”

 -퇴원 뒤 한국으로 돌아가 수술을 받게 되나.

 “조국이 병원에서 퇴원하라면 퇴원하고, 다시 나가 싸우라고 명령하면 싸울 것이다. 군인으로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이미 떨쳤다.”

 -한국에서 해군특수전여단(UDT/SEAL) 대원들이 영웅이 됐는데.

 “UDT 대원들의 활약상이 크게 보도됐다고 듣긴 했지만 사실은 최영함 소속 300여 명 대원과 각국의 긴밀한 도움이 있어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구출작전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오만 현지 교민들도 이들 UDT 대원의 기력 회복에 적지 않은 힘을 보태고 있다. 교민들은 매일 직접 만든 한식 도시락을 들고 이들을 찾고 있다. 강한 향신료로 인해 병원에서 주는 현지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 것을 우려해서다.

무스카트(오만)=남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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