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은 지금 스푸트니크 모멘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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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베이너도 엄지 치켜세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하던 중 “아버지가 일하는 바에서 마루 닦던 사람을 하원의장이 되게 한 게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말하자 조 바이든 부통령이 박수를 치고,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오른쪽)은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뉴시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이 현재 처한 처지를 ‘스푸트니크 모멘트(Sputnik moment·스푸트니크 순간)’라고 정의했다. 오후 9시 미 의회에서 한 국정연설을 통해 올 한 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면서다. 스푸트니크는 1957년 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쏘아 올린 세계 최초의 위성으로, 미·소 간 과학기술과 우주개발 경쟁을 촉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반 세기 전 소련이 스푸트니크를 발사해 우리를 제압했을 때 우리는 달 탐사에서 어떻게 그들을 이길지 아무 생각이 없었고, 우주항공국(NASA)은 존재하지도 않았다”며 “그러나 연구와 교육에 투자한 결과 우리는 소련을 능가한 것은 물론 새로운 산업과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냈다”고 말했다. 그런 뒤 “지금 우리는 ‘스푸트니크 순간’에 직면했다”고 규정했다.

 오바마가 스푸트니크를 언급한 건 지난해 말 대학 강연에 이어 두 번째다. 그가 미 전역에 TV로 생중계된 국정연설에서 이 얘기를 또 끄집어낸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인들에게 스푸트니크는 위기의 추억이자 성공의 추억이다. 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 발사에 성공하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미 대통령은 국민에게 위기감을 갖자고 호소했다. 미국은 그 뒤 10년간 교육과 우주개발 분야에 예산 배정의 최우선 순위를 매겼다. 아이젠하워의 뒤를 이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61년 5월 의회연설에서 “인간이 달에 착륙한 뒤 무사히 귀환하는 계획을 위해 온갖 어려움과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겠다”며 아폴로 계획을 선언했다. 결국 미국은 린든 존슨 대통령 때인 69년 7월20일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켰고, 자존심을 회복했다.

오바마는 “오늘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민주당-공화당 간 대권 경쟁이 아니라 나라 밖 경쟁자들과 일자리와 산업 발전을 위한 경쟁”이라며 “당파적 차이를 떠나 다른 나라들보다 앞선 경쟁력을 갖기 위한 공통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자”고 호소했다.

 지금 미국은 높은 실업률과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스푸트니크 충격 때 소련에 당했듯이 ‘G2’로 불리며 성큼성큼 쫓아오는 중국에 뒤처질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오바마는 이런 상황에서 초당파적 단합과 재무장을 촉구한 것이다.

 오바마는 미국 사회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세 가지 핵심적인 투자로 혁신, 교육, 인프라 확대를 꼽았다.

 오바마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데 대해 “양당이 협력하지 않으면 어떤 법안도 통과될 수 없게 됐다”며 “이는 책임을 서로 나눠 갖고 함께 일하라는 국민의 요구”라고 말했다. 그는 초당적 협력을 위해 향후 5년간 정부 지출 예산을 동결하고 건강보험 개혁법안의 건설적인 수정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인 공화당이 요구해왔던 걸 수용한 것이다.

또 “민주·공화를 막론하고 선심성 예산이 포함된 법안이 올라오면 나는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의 경쟁자였던 존 매케인(John McCain) 상원의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스푸트니크(Sputnik)=옛 소련이 1957년 10월 4일 1호를 발사한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러시아어로 ‘동반자’라는 뜻이다. 스푸트니크의 성공적 발사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에 소련에 대한 위기 의식을 불러일으켰으며 강대국 우주 진출 경쟁의 시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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