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노란색 운동복을 내놓자, 시골학생 둘 얼굴이 활짝 피어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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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우리 달라졌나요?” 19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만난 김종민(왼쪽)·윤찬혁군은 기온이 영하 16도까지 내려간 날씨에도 촬영 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


스타일 서포터스팀은 19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로 떠났다. 이번 달 주인공인 김종민(17)·윤찬혁(15)군을 만나기 위해서다. 둘은 강원도 평창군 진부 중·고등학교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들. ‘크로스컨트리 스키’란 장거리(남자 국제표준 15·30·50㎞)로 눈길을 걷는 종목이다.

이들은 겨울 방학 내내 리조트 안에 마련된 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한다. 방학 중 열리는 크고 작은 7개 경기에도 출전한다. 서포터스팀이 찾아간 날도 대한스키협회장배 경기를 막 끝낸 뒤였다. 둘 다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해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 하지만 서포터스팀이 준비한 운동복과 신발을 보고 표정이 금세 달라졌다. 김군은 “노란색 운동복은 처음”이라며 거울에 대봤고, 윤군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운동화 끈을 매 놓았다. 촬영이 시작되자 “스키 타는 게 백만 배는 더 쉽다”면서도 활짝 웃었다. 변신이 가져다준 행복이었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집보다 선수촌이 더 편해요”

변신 전 모습

선수들은 합숙 기간 중 외박이 엄격히 제한된다. 일주일에 하루는 집에 갈 수 있지만 경기가 있을 땐 그마저도 어렵다. 이번 설에도 당일만 다녀올 예정이다. 전국동계체전이 다음 달 15일부터 열리기 때문이다. ‘가족들 보고 싶지 않으냐’ 했더니 둘 다 별 반응이 없었다. 옆에 있던 김광래(38) 코치가 말을 보탰다. “얘들 가정 형편이 그다지 좋지 않아요. 집에 간다고 아주 편한 것도 아니고, 그냥 운동에 집중하는 게 나은 거죠.”

김군은 4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홀어머니와 산다. 형은 태권도 선수로 체육학과(단국대)에 진학했다. 김군도 형처럼 특기자로 대학에 가서 장학금을 받는 게 목표다. “엄마는 나를 볼 때마다 늘 미안하다고 말씀하세요. 지금껏 말썽만 피워서 제가 더 죄송한데….” 윤군도 빠듯한 형편에서 운동을 한다. 아버지는 중장비 운전을, 어머니는 대형마트에서 일한다. 경기가 있는 날도 부모님이 보러 오는 일은 드물다. “집에 간다고 자고 오는 것 말고는 별다를 게 없어요. 가끔은 그냥 선수촌에 남아요.”

둘 다 또래들처럼 멋 부릴 일이 별로 없다. 늘 검정 운동복 차림이다. 훈련할 때 입을 옷만 사다 보니 청바지도 한두 벌뿐이다. “엄마가 운동복 사주시는 것만도 고맙죠”라고 말하는 김군 뒤에서 윤군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가끔은 딴 애들처럼 예쁜 옷도 입고 싶어요.”

“우리가 성공하면 크로스컨트리도 뜨겠죠”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연습장은 점프 스키장 바로 옆이다. 한때 비인기 종목이던 점프 스키는 영화 ‘국가대표’ 덕에 인기 종목이 됐다. 일반인이 표를 사서 경기를 볼 정도다. 김군은 “크로스컨트리 스키도 국제대회 성적은 좋은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며 아쉬워했다. 장래도 보장받긴 힘들다. 갈 수 있는 대학은 3곳(경희·단국·강릉대)이고, 실업팀은 4곳이다. “그래도 하는 이유는 마라톤 선수가 100m 안 뛰는 거랑 비슷하죠. 힘들게 해냈을 때의 성취감이 정말 크거든요.”

둘 다 2018년 평창 올림픽 유치에 희망을 건다. 아무래도 올림픽이 열리면 관심도 후원도 더 많아져서다. 실제 올림픽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3년 전 처음 연습장이 생겼다. 선발전을 통과하면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평창대회가 열릴 때쯤이면 이들의 기량이 최고 수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코치는 “둘 다 잠재력이 뛰어나 조금 더 노력하면 국가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군은 전국체전 우승은 물론 국가대표를 이긴 경험도 있고, 윤군은 남들보다 3~4년 늦게 시작했지만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세계대회에서 우승해 유명해지면 우리나라에서도 크로스컨트리 스키가 뜨겠지?” 김군의 말에 윤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타일링 이렇게

둘 다 오래간만에 운동복을 벗고 야구점퍼·털모자 등으로 멋을 냈다.

김군과 윤군에겐 검정·감색의 운동복이 10벌쯤 있다. 별다른 특징이 없어 늘 같은 옷만 입는 듯하다. 이들에게 요즘 같은 맹추위 속에서 훈련하기 좋고 멋도 낼 수 있는 운동복을 추천했다. 10대 소년들에게 어울리는 편안한 캐주얼복도 제안했다.

운동복도 컬러 포인트로 멋내기  남자 운동복이라고 어두울 필요는 없다. 바지는 검은색을 고르되 상의는 빨강·노랑 등 화려한 색깔을 골라 포인트로 삼았다. 상의에 맞춰 운동화·장갑 등까지 컬러를 맞추면 운동복 스타일링으로는 100점 만점이다. 겨울용 운동복은 소재가 중요하다. 바지는 방풍 기능이 있는 것을 택하고, 상의는 바람막이와 패딩이 한 세트로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운동선수다운 ‘스포티 캐주얼룩’  선수들인 만큼 가벼운 운동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평상복을 추천한다. 김군의 경우 초록색 후드 티셔츠에 흰색 패딩 조끼를 짝지어 따뜻하면서도 산뜻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여기에 올봄 유행할 발목높이 스니커즈와 배낭까지 곁들여 활동성을 높였다. 윤군에겐 청바지와 야구 점퍼를 제안했다. 다만 밋밋함을 피하기 위해 노르딕 패턴(눈꽃 무늬)의 모자가 달린 넥 워머를 포인트로 삼았다. 배낭과 털모자는 노란 색을 택해 10대 소년의 풋풋함을 강조했다.

선크림·베이스 꼼꼼히 발라 뽀얀 피부로  한겨울이지만 눈 위에서 장시간 있다 보니 둘 다 피부가 많이 상했다. 선크림·베이스를 꼼꼼히 발라 피부 톤을 뽀얗게 했다. 머리는 서로 다른 스타일을 제안했다. 윤군의 경우 짧은 컷을 하고 있어 요즘 유행하는 모히칸 스타일로 강한 남성미를 살렸고, 김군은 중간 길이 머리에 컬을 만들어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했다.

제품 협찬: 헤드 헤어·메이크업: 3Story 청담점 도움말: 헤드 디자인실 이효정 실장, 3Story 전은혜 스타일리스트

‘스타일 서포터스’는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이웃을 찾아 꾸며줍니다. 어렵지만 밝게 살아가는 그들이 아름다워지면 더 행복해질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서포터스는 여러분의 삶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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