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미생물’로 못된 구제역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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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동두천시 환경보호과 직원들이 유용미생물(EM)을 배양하는 발효탱크 속을 살펴보고 있다. 배양 작업은 열흘간 진행된다. [동두천=강찬수 기자]

20일 오후 경기도 동두천시 상패동. 돼지 축사 사이 빈터에는 구제역 예방을 위해 돼지를 매몰한 흙무더기 두 곳이 있었다. 각각의 흙무더기마다 PVC 파이프가 네 개씩 박혀 있다. 매몰된 돼지 사체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빼내기 위한 파이프다. 두 매몰지 중 한 곳에서는 바람이 불 때마다 피 냄새와 함께 사체 썩는 냄새가 심하게 났다. 다른 한쪽은 파이프에 코를 갖다 대야만 냄새가 느껴졌고 그나마 불쾌감이 훨씬 덜했다.

 동행한 동두천시 환경보호과 직원 임기환씨는 “악취가 덜한 곳은 돼지를 매몰할 때 EM(Effective Microorganisms·유용미생물)을 같이 뿌려준 곳”이라며 “EM은 사체가 썩기 전에 발효시켜 악취를 막아준다”고 말했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이곳의 악취를 측정한 결과, EM을 투입한 쪽의 악취는 투여하지 않은 곳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쓰레기·축사의 악취 제거와 친환경 주방세제, 하천 수질 개선 등에 주로 사용돼온 EM이 최근 들어 구제역 예방에도 활용되고 있다.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에서 한우 150여 마리를 기르는 명인구(58)씨는 “구제역 예방을 위해 EM을 4~6일마다 축사 주변에 뿌리고 있다”며 “구제역에 걸리지 않은 것은 EM 덕분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ffective Microorganisms

 파주·양주와 충남 당진에서도 EM을 구제역 예방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에서는 EM의 일부인 유산균을 쓴다. EM은 유산균 등 무해한 미생물 80여 종이 한 데 섞인 미생물 배양액을 말한다. 일본에서 개발돼 1990년대 초 국내에 소개됐다. 산성도(pH)가 3.5인 강산이어서 사람·가축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바이러스를 파괴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일본 미와자키현에서도 구제역이 확산됐을 때 축산농가들이 EM을 살포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당시 일본 농림수산장관은 EM 개발자인 오사카 류큐대학 히가 데루오(比嘉照夫) 교수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은주 교수는 “EM이라는 ‘착한 미생물’이 선점하면 해로운 미생물이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전염병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충북대 미생물학과 이동훈 교수는 “EM의 과학적인 원리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 사진=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M=1980년대 초 처음 발견된 미생물의 혼합·공생체다. 성분 중 유산균은 젖산 발효를 통해 해로운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고, 효모는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을 생산한다. 광합성세균은 악취 성분을 흡수·제거하고 항산화물질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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