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태광 회장, 로비 의혹 집중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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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향후 수사 계획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다. 다만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할 것이다.”

 23일 태광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울서부지검 봉욱 차장검사는 이렇게 답했다. 이틀 전 이호진(49·사진) 태광그룹 회장을 구속한 검찰이 로비 쪽 수사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 사건 수사를 맡은 형사5부 수사팀은 휴일인 이날도 대부분 출근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 회장 기소 때까지 최장 20일간 구속 수사를 벌일 수 있게 된 검찰은 태광그룹이 3000억원대의 비자금을 동원해 정·관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초기부터 태광그룹이 전방위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지금까지 수사를 통해 확인된 것은 없었다.

 특히 태광 계열사인 티브로드가 유선방송사업 분야에서 경쟁업체인 큐릭스 지분을 편법으로 인수한 뒤 방송통신위원회 허가를 앞두고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 앞서 검찰은 2008년 청와대 행정관을 상대로 성접대를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태광그룹 계열사 티브로드 문모 전 팀장에 대해 재조사를 벌인 바 있다. 문 전 팀장은 “회사에서 로비 지시를 받아 수행했을 뿐”이라며 자신을 해고한 태광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2006년 흥국화재가 쌍용화재를 인수하기 위해 금융당국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 역시 검찰이 밝혀야 할 부분이다. 당시 흥국화재는 계열사 부당 지원 문제로 금융감독위원회에서 과징금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흥국화재에 인수 자격이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으나 태광그룹은 태광산업을 통해 쌍용화재를 인수한 뒤 흥국화재에 매각했다.

 2007년 국세청이 태광그룹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여 이 회장이 1600억원의 비자금을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아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회장은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차명 주식 등을 현금화해 비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세청은 “공소시효가 지나 증여세 등만 징수했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100여 일간 수사를 벌이고도 이들 의혹이 사실인지를 확인하지 못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경유착은 건드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 측은 “정·관계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적이 없고, 로비를 할 이유도 없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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