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 낸 13세 한얼이, 비결은 여러 번 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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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소설집 『바이달린』을 출간한 박한얼(오른쪽)양이 어머니 최호진씨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공연은 시작됐다. 차르다슈(Csardas)는 내 대신 울고 있었다. 곡이 정점으로 향할 땐 마치 내 심장이 떨리듯 바이올린이 떨었다. 그 가느다란 떨림이 끝났을 때 사람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중략> 연주에 몰입할수록 다시 힘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새가 이 나무 저 나무 사이를 포르릉거리며 날아가듯 다섯 개의 활기찬 곡을 잇달아 연주하고…”

 최근 출간된 소설집 『바이달린』의 일부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 달이가 운명처럼 만난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이야기다. 바이달린은 달이란 이름과 바이올린에서 따왔다. 광주 남초등학교 6학년인 박한얼(13)양이 썼다. 또래 친구들과 한창 수다 떨며 놀 나이지만 그는 작가가 됐다. 기성 작가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받는다.

 베스트셀러 동화작가인 고정욱(50)씨는 “한얼이의 소설을 e-메일로 받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번 읽어보고 격려 정도만 하려고 했는데, 표현력이나 단어 쓰는 게 초등학생 수준이 아니었다. 심리 묘사나 사물 표현이 놀라울 정도로 디테일해 ‘네가 쓴 게 맞냐’고 몇 번을 물었다”고 했다.

 한얼이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모두 77개의 상을 탔다. 대부분이 독후감·시·산문 등 글 짓기와 관련된 상이다. 중학교도 사립인 삼육중학교에 특별전형(예술)으로 입학하게 된다. 글쓰기 재능을 인정받아서다. 이처럼 한얼양이 글쓰기에 소질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얼양과 어머니 최호진(42)씨는 “타고난 게 아니라, 반복된 훈련과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5∼6살 때부터 책을 봤는데, 200여권쯤 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책은 20∼30번 읽었죠. 이렇게 책을 읽으면 내용 파악은 물론이고 문장이나 단어가 한눈에 들어와요. 독후감은 글뿐만 아니라 그림과 시를 통해 자유롭게 썼어요.”

 그의 관찰력은 유별나다. 7살 때부터 매일 일기를 쓰면서 훈련한 덕분이다. 새나 꽃을 주제로 노트 한 페이지 분량을 쓴 적도 있다. 새를 보면서 파란색을 연상하고, 파란색은 바다·갈매기로 이어진다. 꽃은 좀 더 구체적이다. 처음 봤을 때 드는 느낌에서부터 촉감·생각 등을 하나 하나 뜯어내 쓰는 식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땐 각각 세 살, 여섯 살 터울인 두 오빠가 싸우는 걸 보고 ‘가짜 싸움이 진짜 싸움이 되고, 가짜 웃음이 진짜 웃음이 된다’고 표현했다. 책과 TV·영화를 보면서 상상력도 키웠다. 소설에 나온 바이올린 연주자의 자세, 곡을 해석하고 연주하는 과정, 환자의 세밀한 심리묘사 등은 이 같은 훈련이 토대가 됐다.

 톡톡 튀는 비유적 표현도 적절히 사용한다. ‘생각이 많다’는 말보다는 ‘양동이에 물이 넘쳐 흐르는 것처럼 생각이 난다’고 표현한다. 적확한 단어·표현이 생각나지 않을 땐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생각날 때까지 고민했다. 한얼이는 노벨문학상을 꿈꾼다. 현재 영어 공부를 충실히 하는 것도 자신이 쓴 작품을 영어로 직접 옮긴다면 그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머니 최씨는 “단어가 아닌 문장을 사용하게 하고,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한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유지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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