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독점 판정 국내업체 세계시장 도약 계기

중앙일보

입력

미 연방법원의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독점'' 판정은 국내 컴퓨터업계에도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반 MS정서가 강한 아시아지역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세계 컴퓨터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았다는 다소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들의 MS독점에 대한 피해의식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것과 맞물려 공짜 운영체제인 `리눅스''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 용산전자상가의 상인들이 MS의 가격횡포에 반발하며 벌였던 윈도의 가격논란이 국내 반MS운동의 단적인 예로 들수 있다.

여기에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번지고 있는 `인터넷열풍''은 이번 MS의 독점판정을 계기로 윈도에 끼워팔고 있은 웹브라우저 `인터넷익스플로러''의 확산을 최소화함으로써 국내에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독창적이고 다양한 웹브라우저의 시장을 확대시켜줄 것으로 관련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다시말해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인터넷''과 `리눅스''인데 이번 법원의 판정에 따라 윈도의 약화는 곧바로 리눅스와 인터넷에서 강세를 갖고 있는 국내 업체들에게 반사이익을 줄수 있다는 관측들이다.

전세계적으로 리눅스 사용자는 5천만명으로 추산되고 있고 특히 서버시장에서는 25%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버운영체제인 윈도NT의 45%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 리눅스사용자는 불과 6개월전만해도 10만여명에 수준이었으나 11월 현재 20만여명에 육박하는 등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관련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

국내에서는 이같은 반MS정서의 영향으로 리눅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리눅스 관련단체들의 설립이 잇따르고 있으며 다양한 리눅스버전과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리눅스용 소프트웨어개발 및 유통업체로 이뤄진 `리눅스협의회''를 비롯해 리눅스 사용자단체인 `리눅스공동체''가 국내의 리눅스 관련 양대 단체로 활발한 활동을벌이고 있다.

리눅스 운영체제를 판매하고 있는 업체로는 파워리눅스를 판매하고 있는 리눅스코리아를 비롯해 알짜리눅스의 리눅스원, 미지리눅스의 한컴정보기술 등을 들수 있고 리눅스용 응용소프트웨어로는 쓰리알소프트의 메일스튜디오,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 등이 대표적이다.

또 가산전자가 세계 최대의 리눅스공급업체인 미 레드헷(Red Hat)과 합작, 레드햇코리아 설립을 추진중이고 나모인터랙티브와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가 리눅스용 응용프로그램 개발을 전담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쓰리알소프트의 유병선사장은 "우리나라는 강력한 인터넷사용자층을 갖고 있는데다 반 MS정서가 강해 리눅스확산이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MS의 위축은 인터넷과 리눅스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하나 주목되는 것은 최근 정보통신부가 품질을 보증하고 100만원대의 저가로 공급하고 있는 `인터넷PC''의 움직임.

최근 12개 인터넷PC 공급업체들이 정통부가 제시한 가격에 억매여 채산성을 맞추는 데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PC에 값비싼 윈도대신 공짜인 리눅스를 채택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리눅스운영체제는 윈도에 비해 응용프로그램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아 대중화에 걸림돌이 돼 왔다.

이런 문제점도 조만간 해결이 될 것으로 관련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MS의 사무자동화 통합패키지인 `오피스''에 대적하는 리눅스용 사무자동화소프트웨어인 `스타오피스''가 영문판과 일어판으로 보급되고 있는 데 이어 한글판 등장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미 문서작성용 프로그램으로 리눅스용 아래아한글이 개발, 보급되고 있고 웹메일소프트웨어인 쓰리알소프트의 `메일 스튜디오''가 리눅스용으로 널리 인기를 얻고있어 스타오피스의 한글판이 개발될 경우 일반인들이 윈도 대신 리눅스를 사용하더라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리눅스를 운영체제로 채택한 PC에서도 문서작성 등 사무용 업무처리가 가능해지고 인터넷 통신 등 일반적인 컴퓨터작업이 가능해질 날이 결코 머지 않았다는것이다.

대형 PC메이커들도 값비싼 `윈도''대신 리눅스를 운영체제로 할 경우 PC의 판매원가를 대폭 낮출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의 `리눅스PC'' 출시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 판정이 최종판결로 이어져 윈도의 독점체제가 무너질 경우 운영체제에 관계없이 작동하는 브라우저나 리눅스를 기반으로한 인터넷용 응용프로그램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컴퓨터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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