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수익률 ○○%’ … 이런 랩 상품 못 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증권사가 앞으로 ‘스폿랩’ 상품을 팔 수 없게 됐다. 증권사가 랩 상품을 팔 때 목표수익률을 제시하며 투자 권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폿랩은 미리 정한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일시 상환되는 자문사 연계형랩 상품으로 지난해 하반기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등에서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금융감독원은 18일 각 증권사에 공문을 보내 랩 상품 판매 시 특정 목표수익률을 제시하는 스폿랩 상품 방식의 투자권유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시행된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에 따른 조치다. 개정안에서는 증권사가 랩어카운트 상품에 대한 투자를 권유할 때 투자자의 유형별로 일정기간의 가중평균수익률과 최고·최저수익률을 함께 제시하는 것 외에 수익률을 제시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김건섭 금감원 금융투자서비스국장은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원금 손실이 생길 수도 있는데 스폿랩 방식은 목표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것처럼 투자자를 호도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개정안이 전자 관보에 게재됐지만 증권사들은 공문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이번 주 예정돼 있던 스폿랩 상품 판매도 19일 모두 중단했다. 볼멘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스폿랩은 개인 개별 계약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목표수익률을 제시하면 안 되고 펀드는 괜찮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불안한 시장에서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수요가 있어서 나온 상품인데 당국이 판매를 막으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투자 수단이 줄어든 셈”이라고 말했다.

 주요 증권사 주가도 일제히 급락했다. 삼성증권은 전날에 비해 6300원(6.6%) 떨어진 8만9100원에 장을 마쳤다. 한국투자증권을 계열사로 둔 한국금융지주도 큰 폭(6.21%)의 하락세를 보였다. 랩 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식형 펀드에 강점이 있는 미래에셋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