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00만원 찍었다 잡스 덕분에 두 번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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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주’ 삼성전자가 19일 장중 100만원 고지에 올랐다. 이날까지 나흘 연속 오른 삼성전자는 장 마감 직전 100만원에 오른 뒤 99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장중 한때지만 삼성전자가 드디어 100만원을 찍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 효과가 컸다. 18일엔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잡스가 병가를 냈다는 소식이 호재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2만원(2.1%)이 올랐다. “잡스 병가의 반사이익을 봤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튿날인 19일에는 애플의 깜짝 실적 덕을 봤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에 60억 달러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54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시장은 애플의 깜짝 실적을 ‘정보기술(IT) 경기가 생각보다 좋을 것이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100만원은 잡스가 두 차례 힘을 보태준 덕분”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19일 전날보다 2만8000원(2.9%) 오른 99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00만원을 찍고 살짝 내려왔다. 주로 외국인들이 많이 사들였다. 18일엔 620억원어치, 19일에는 67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1위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뛰면서 코스피지수도 3거래일 만에 신고가를 다시 썼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9.21포인트(0.9%) 오른 2115.69에 마감했다.

 그렇다고 어디 애플의 힘만이랴. 우선 그만한 실력이 된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동부증권 이민희 기업분석본부장은 “당초 고전하리라 예상했던 스마트폰·태블릿PC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선전한 게 큰 이유”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3%에서 4분기에는 14%까지 늘었다. 전기·전자 업종 애널리스트들은 “올 것이 왔을 뿐”이라고 말한다. 반도체에서 가전·스마트폰까지 세계 최고 경쟁력의 삼각 편대를 구축한 삼성전자는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아니었다면 진작 100만원을 돌파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러브콜도 이어질 전망이다. 경쟁업체에 비해 주가가 많이 싸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2011년 주가순이익비율(PER)을 10으로 예상했다. 애플(17.1)이나 일본의 샤프(32.5)보다 훨씬 싸다. PER 수치가 작을수록 주가는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추가 상승에 걸림돌도 있다. D램 값 급락이 그중 하나다. 많은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올해 당기순이익을 지난해 수준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여전하다. 2000년대 들어 한국 주식 시장의 평균 PER은 10 내외로 선진시장(평균 14)이나 신흥시장(12)만큼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 상대적으로 작은 배당, 기업의 이익을 깎아먹는 규제 정책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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