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도 출렁임 심해 … 분산 투자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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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펀드이면서도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사고파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다. 거래량과 순자산이 쑥쑥 늘고 있다. 지난해 몇몇 업종 ETF가 기록한 고수익에 힘입어서다. 조선업종 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조선주는 지난 한 해 101.4% 수익을 냈다. ETF뿐 아니라 모든 펀드를 통틀어 1위다. 하지만 반대로 지난해 재미를 못 본 ETF도 있다. 은행주 관련 ETF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ETF는 어떻게 골라 투자해야 할까. 삼성자산운용의 배재규(사진) ETF운용본부장(상무)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ETF도 분산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개별주식이 아닌데도 분산투자가 필요한가.

 “코스피200 지수를 따라가는 ETF라면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ETF 같은 업종지수 ETF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위험한 상품이다. 작년에는 날아올랐지만 금융위기 직후에 급락한 적도 있지 않나. 출렁임이 심하다. 그 때문에 여러 업종에 분산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

 -어떤 식으로 분산투자를 해야 하나.

 “우리가 만든 모델 포트폴리오가 있다. 매달 애널리스트들이 제일 많이 유망하다고 꼽은 업종 ETF의 비중을 늘리고, 추천이 없는 업종은 줄이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봤더니 2009년에는 70.2%, 지난해에는 38.6% 수익이 나는 것으로 계산됐다. 업종ETF별 투자 비중 같은 정보는 인터넷(www.kodex.com)에 띄워 놓았다.”

 -개인 투자자가 포트폴리오까지 조정해가며 투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모델 포트폴리오에 따라 운용되는 랩어카운트를 활용하는 것이 방법이다.”

 -왜 이런 모델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나.

 “자산운용사가 ETF란 상품만 만들어놓고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투자자에게 길라잡이 역할도 해야 한다. 앞으로는 국가별 ETF 투자 비중, 나아가 경제와 시장 상황에 따라 예금·채권·ETF·원자재 등등에 어떻게 나눠 투자해야 하는지 같은 자산 배분 방법까지 서비스하려 한다.”

 -올해 새로 선보일 ETF가 있나.

 “농산물·구리와 녹색성장산업 관련 ETF 등을 준비할까 한다.”

 -삼성자산운용에 코스닥 ETF는 없는데.

 “전에 상장했다가 폐지했다. 코스닥은 철저히 몇몇 주식만 오르는 개별 장세다. 여러 종목을 뭉뚱그려 만든 지수는 좀체 오르지 않는다. 지수를 따라가는 ETF를 만들어 봤자 투자자에게 별로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만들면 수수료 수입은 좀 생길 것이다. 그래도 투자자에게 실익이 적은 것은 하지 않겠다는 게 신조다.”

  -중국·일본·브라질 ETF도 국내 상장해 운용 중이다. 해외 ETF 추가 상장 계획은 없나.

 “걸림돌이 있다. ETF도 펀드여서 해외 ETF만 배당소득세(15%)를 물린다. 투자자가 별로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당분간은 상장 계획이 없다.”

  -ETF 거래량이 많이 늘고 있다. 이 추세가 앞으로 이어지리라고 보나.

 “그렇다. 펀드보다 투자·거래 비용이 덜 들지 않나. ETF는 자산운용사가 받는 수수료가 연 0.3~0.6% 정도다. 선진국에서도 점점 ETF 투자 비중이 늘고 있다. 미국은 2008년 이후 펀드에 새로 들어온 자금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이른다. 한국도 그런 방향으로 나가리라고 본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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