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X의 3억원짜리 도메인 공모..‘짜고 친 고스톱?’

중앙일보

입력

잘나가는 청바지 업체 닉스가 지난 8월 의욕적으로 시작한 인터넷 사업이 도메인 공모를 놓고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을 사 사업 초기부터 암초에 부닥쳤다.

닉스가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인터넷 사업 시작을 발표하고 인터넷 사이트의 주소인 도메인 공모 행사에 들어간 것은 지난 8월16일. 1등 당선작에는 3억원의 상금이 걸렸다. 이날부터 36일간 닉스의 홈페이지(nixinternet.com)를 통해 모두 12만명이 35만건의 도메인을 등록했다.

심사 끝에 지난 10월 7일 닉스가 발표한 1등작은 아이네트의 한 직원이 낸 ‘아이프리(ifree. com)’.
하지만 아이프리는 새로운 창작물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도메인 이름이었다. 인터넷 전용선 업체인 아이네트가 97년 6월부터 98년 12월까지 제공한 광고형 무료인터넷 접속 서비스의 도메인이 바로 ‘아이프리(ifree.net)’였던 것.

공모에 응한 네티즌 중 일부는 아이네트가 닉스의 웹호스팅을 담당하는 업체라는 점을 들어 당선작이 닉스의 협력사로 간 것은 부당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닉스가 아이네트와 협의해 사전에 당선작을 결정해둔 상태에서 공모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

이러한 의혹은 아이네트의 허진호 사장이 닉스의 인터넷 사업 고문을 맡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더욱 강하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또한 네티즌들은 닉스가 공모를 받으면서 응모자들의 직업, 소속(회사와 직책, 학교·학과명·학년), 생년월일은 물론 인터넷 사용환경, PC보유기종, 심지어 은행계좌까지 입력하도록 요구했다며 개인 정보수집의 용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은행계좌 입력란은 네티즌들의 강한 반발로 하루 만에 항목에서 삭제됐다.

닉스의 당선작 발표에 반발하는 사람이 늘면서 ‘반(反)닉스’홈페이지도 등장했다. 정읍고 교사 황용수씨(32)가 만든 ‘닉스 도메인 사건 해결을 위한 네티즌 행동’(ihateifree.com)이란 홈페이지는 2만7천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황씨는 지난 10월25일부터 5일간 국내 최초로 사이버 시위를 벌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네티즌들이 제기하는 의혹의 큰 줄기는 당선작은 아이네트의 것으로 결정해둔 상태에서 회원확보 목적으로 도메인 공모를 실시해 결국 ‘짜고 친 고스톱’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닉스의 김효근 사장은 “아이네트가 법인 자격으로 도메인 공모에 응했다는 사실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 심사위원단에 의한 최종 채점 결과가 나온 후 실무자의 보고를 받고 그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한다.

협력사 관계인 아이네트의 응모작을 뽑을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김사장은 사전에 알지 못했을까. 김사장은 이에 대해 “심사의 공정성에 문제가 없어 당선작에서 배제할 필요성을 못 느꼈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강변한다. 당선작 아이프리에 대해서는 “이미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라 초기 마케팅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네트의 허진호 사장은 닉스의 정식고문이 아니라 인터넷사업 초기단계의 자문을 해주러 4번 정도 회의에 참석했을 뿐이며, 아이네트와의 관계 역시 전용선 서비스업체와 클라이언트 관계일 따름이라는 것.
닉스는 아이네트의 전용선을 사용하는 3천여 업체들 중 하나일 뿐 특수관계에 놓여 있지 않다는 것이다.

김사장은 “왜 우리가 돈 3억을 아낄려고 그런 무모한 짓을 하겠는가”며 “일부 네티즌들의 주장은 운영상 실수에서 빚어진 오해일 따름”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당초 계획했던 당선작 발표가 7시간 지연되는 등 운영상의 미숙이 있은 점에 대해서는 이미 사과하고 해명했다”고 말했다.

닉스측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닉스는 아이네트에 3억원을 주고 도메인을 산 셈이 된다.
기존에 등록된 도메인을 넘겨받을 바에야 굳이 공모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 네티즌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신선하고 참신한 도메인 명을 내세워야 닉스의 공모취지에 맞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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