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20분 만에 … 여수산단 20여 업체 수백억대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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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전남 여수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정전사고로 GS칼텍스 공장 가동이 중단되자 직원들이 제어실에 모여 긴급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GS칼텍스 제공=연합뉴스]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 17일 전기 공급이 끊겨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최소 수백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여수산단에는 GS칼텍스·LG화학·남해화학 등 268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정전은 이날 오후 4시10분쯤 발생해 20여 분 만인 4시30분쯤 복구됐다. 이날 정전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전 측은 여수화력에서 여수산단 내 용성 변전소로 가는 15만4000볼트(V) 규모의 송전선로 전압이 순간적으로 떨어졌다가 복구되는 과정에서 전기가 끊긴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왜 저전압이 일어났는지를 밝혀내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추위 때문에 전력 사용이 늘어 정전이 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정전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된 곳은 GS칼텍스 1·2공장, 제일모직, LG화학, LG MMA, 남해화학, 삼남석유화학 등 20여 개 업체로 잠정 파악됐다. 피해 업체들은 현재 정상화를 위해 복구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완전 복구까지는 1∼2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생산 규모가 큰 GS칼텍스는 이날 정상 가동을 하지 못했다. GS칼텍스 측은 “겨울철 정전사태는 연례행사처럼 이어져 왔으나 20분의 정전은 다소 긴 편”이라며 “정전이 되면 중간 단계의 물질이 굳어 버리기 때문에 어느 회사든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원유 또는 나프타로부터 가공을 시작해 다양한 기초원료를 만들어 낸다. 워낙 다양한 물리화학 반응을 거치다 보니 중간에 전원이 끊기면 생산물질이 뒤죽박죽될 수 있다. 이때 생성된 중간 단계의 물질은 파이프라인 안에서 굳어 이를 뽑아내 재처리해야 한다. 당연히 생산라인은 멈추게 되고 정상화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든다.

 LG화학 관계자는 “겨울철 정전사태가 워낙 잦아 전원 복선화 작업 등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고 있지만 공장 규모에 따라 한 차례 정전으로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단지공단 여수광양지사와 여수시 등도 조업 차질에 따른 피해 규모가 큰 것으로 보고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여수산단 관계자는 “석유·화학공장이 밀집해 있어 가동이 멈추면 재가동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2006년 4월과 5월, 2008년 5월(두 차례)에도 전기가 끊겨 여수산단의 공장 가동이 중단된 적이 있다. 2006년 4월 사고 때는 GS칼텍스와 LG화학 SM공장 등 5개 업체의 공장 가동이 중단돼 120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 2008년 5월 3일에는 정전으로 여천NCC와 한화석유화학 등 10개 업체의 공장이 멈춰 수백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3일 뒤 또다시 여천 NCC 3공장 안에 있던 변압기가 폭발해 전기가 끊기면서 이 공장에서 원료를 공급받던 대림산업 공장이 멈춘 적이 있다.

여수=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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