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암체육공원 벤치가 트랙을 등진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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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7일 오후 광주시 북구 두암체육공원. 타원형의 트랙을 따라 휴식용 벤치 5개가 설치돼 있다. 이 중 3개는 트랙을 등진 채 야산을 향해 있다. 트랙과 거리가 떨어져 있는 나머지 2개만 운동장 방향이다.

 벤치가 운동장 반대편을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공원은 매일 인근 주민 10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수 년 전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일부 남성이 트랙과 1∼2m 밖에 떨어지지 않은 벤치에 앉아, 체육복 차림으로 트랙을 도는 여성들의 몸매와 얼굴 등을 음흉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이 잦았던 것이다. 노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여름철엔 더욱 심했다. “벤치의 남자들이 여자들의 몸매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등 성희롱을 한다”는 민원도 접수됐다. 때론 벤치에서 화투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화가 난 여성들이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동장을 찾아가 개선을 요청했다.

 고육지책으로 벤치의 방향을 바꾸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북구청과 동사무소는 지난해 10월 아름다운 공원 만들기 사업 때 실행했다. 약 2600만원을 들여 조경과 체육시설을 정비하고 주민 쉼터를 조성하면서 벤치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유재록 두암3동장은 “많을 땐 하루에 5∼6건의 민원이 접수돼 곤혹스러웠다. 벤치의 방향을 바꾼 뒤에는 민원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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