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습격한 도심에 ‘복면 경찰’ 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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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7일 서울 퇴계로2가 사거리에 복면을 쓴 경찰들(사진)이 등장했다. 목을 보호하는 검은색 넥워머를 눈 밑까지 올리고, 방한모자를 깊게 눌러 쓴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중부경찰서 교통안전계 소속 곽창세(41) 경장은 “보기엔 무서워도 넥워머는 이런 한파에 필수”라며 “방한화, 발열내의, 종아리토시, 발열파스, 손난로까지 갖추고 나왔다”고 말했다.

 곽 경장은 2005년부터 교통계에서 일했다. 하지만 요즘 같은 한파는 처음이다. 냉기가 올라오는 아스팔트 위에 서면 20분만 지나도 머리가 얼얼하다. 출퇴근길에 차가 막혀 일손이 부족할 때는 최장 5시간까지 쉬지 않고 도로 위에 서 있기도 했다. 얼굴 각질이 하얗게 일어나고, 손발이 동상 직전까지 간 적도 여러 번이다. 그는 “정말 못 견딜 때는 ‘나는 스키장에 있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며 “순찰차라도 있으면 다행인데, 도보팀의 경우 주변 은행에 들어가 몸을 녹이곤 한다”고 했다.

 날씨가 추워지니 단속을 하는 데도 애를 먹는다. 음주단속을 위해 자동차 창문을 열면 찬 바람이 차 안으로 들어가 운전자들이 짜증을 내기 때문이다. 자동차 고장도 잦아 멈춘 차를 도로 밖으로 밀어내는 것도 교통 경찰관의 몫이다.

 보람을 느낄 때도 많다. 김 경장은 “신호대기 중인 한 승객이 고생한다며 핫팩을 건네주고 갔다”며 “입이 얼 정도로 춥지만 이런 운전자들을 만나면 동장군도 이길 것처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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