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귤 네가 있어 달콤한 겨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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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겨울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귤. 종류별로 다양한 새콤달콤함을 즐길 수 있다.


뜨뜻한 방바닥에 배 깔고 엎드려 귤 까먹기. 빼놓을 수 없는 겨울의 즐거움 중 하나다. 겨울에 가장 맛있고 흔한 그 귤이 올겨울에는 그리 만만하지 않은 과일이 됐다. 한파와 폭설로 인해 지난해보다 귤값이 20% 정도 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한 TV 고발 프로그램에서 불량 귤을 특급 상품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적발되면서 귤 사먹기가 망설여진다. 하지만 아래 5가지 포인트를 알아두면 겨울의 전령, 귤을 더 맛있게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글=윤서현 기자 ,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1 귤이라고 다 같은 귤이 아니다

일반 조생 우리가 귤이라 일컫는 대부분이 일반 조생이다. 이 중에서도 재배방법에 따라 노지감귤·하우스감귤·비가림감귤·타이벡감귤 등으로 나뉜다. 하우스감귤은 5월부터 10월까지, 노지감귤은 10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출하된다. 비가림감귤은 가온 시설을 하지 않은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것으로 10월부터 11월까지, 1월부터 3월까지 나온다. 수분 조절이 가능한 하우스감귤과 비가림감귤이 노지감귤보다 당도가 높다. 노지감귤과 같은 시기에 나오는 타이벡감귤도 귤나무에 스며드는 수분을 줄여 당도를 높인 것이다. 지표면에 타이벡이라는 흰 필름을 깔아 물이 나무에 흡수되지 않고 멀리 배출되게 했다. 일반 조생의 당도는 11~13브릭스(brix·물 100g에 녹아있는 당의 g수)다.

한라봉 볼록 튀어나온 꼭지가 한라산 백록담을 닮았다 하여 한라봉이라 이름 붙여졌다. 감귤 중 가장 크며 껍질도 두껍다. 과실이 클수록 상품으로 분류된다. 당도는 13~14브릭스. 11월 말부터 출하되며 1~2월에 맛이 가장 좋다.

천혜향  천리 밖에서도 향이 난다는 천혜향. 일본에서 개발된 세토카 품종이 1990년대 중반 제주도에 들어왔다. 백록향·한라향으로 불리다 2006년 천혜향이라는 공동상표로 지정되었다. 일반 조생보다 조금 크고 표면이 매끄러우며 당도는 12~13브릭스다. 1월부터 3월까지 출하된다. 1~2월에는 1개가 250g 이상인 것이, 3월에는 200g 정도인 것이 맛있다.

황금향  이름 그대로 최고의 맛과 향을 자랑한다. 당도는 13브릭스 이상, 산도는 1% 이하다. 워낙 산도가 낮고 껍질이 얇아 나무에서 딴 뒤 15일 이상 보관하기 힘들다. 그래서 대부분의 농장에서 주문 받는 즉시 나무에서 따서 보내준다. 알맹이는 오렌지보다 약간 작은데 식감이 부드럽고 과즙이 풍부하다. 황금향은 다른 귤과 달리 꼭지 부분부터 껍질을 까야 한다. 출하 시기는 11월부터 1월까지.

2 어설퍼 보이는 귤이 맛있다 

진한 주황색 귤보다 연한 노란색 귤이 더 신선한 것이다. 농익어 보이는 주황색 귤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성향 때문에 수확 뒤 강제 후숙하는 경우가 많다. 제주감귤농업협동조합 김도광(45) 기획팀장은 “노란색인 것 중에서도 일률적으로 한 가지 색을 띠는 것보다 군데군데 색깔이 다른 것이 맛있다”고 조언한다. 또한 표면이 매끈하고 윤이 나는 것보다 조금 주름지고 약간의 흠집이나 반점이 있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 반들반들한 귤이 보기에는 예뻐도 인위적으로 세척 및 코팅 처리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만져 보았을 때 껍질이 얇고 탱탱하면서, 꼭지가 가늘고 선명한 연두색인 것이 맛있다.

3 냉장고가 아닌 베란다에 보관한다 

“귤은 냉장고 과일 칸이 아니라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곳에 두세요.”

 ‘현우네 감귤농장’을 운영하는 문지환(34)씨가 일러주는 올바른 귤 보관법이다. 귤을 씻지 않고 소쿠리에 담아 베란다나 다용도실에 내놓는다. 이때 신문지를 소쿠리 바닥에 깔고 귤 위에 덮으면 귤이 마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요즘 같은 날씨에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놓아두면 금세 차가워지는 귤. 문씨는 “차가운 귤을 그냥 먹어도 좋지만 따뜻한 실내에 1~2시간 뒀다 먹으면 단맛이 더 강해진다”고 말한다. 신맛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빠지는 반면, 수분이 빠지면서 단맛은 더욱 강해진다. 그래서 새콤한 귤을 좋아한다면 사자마자, 달콤한 귤을 좋아한다면 산 지 2~3일 뒤에 먹는 것이 좋다.

4 그냥 먹기 질린다면 구워 먹자 

“어렸을 땐 모닥불에 귤을 자주 구워 먹었어요. 특히 살짝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먹으면 좋아요.” 제주에서 나고 자란 문씨의 말이다.

 ‘구운 귤?’ 그 맛이 궁금해 직접 구워 먹어봤다. 귤을 하나씩 쿠킹 포일에 싸서 가스레인지에 달궈진 석쇠에 올리고 두세 번 뒤집으며 20분 정도 구웠다. 흐물흐물하게 익은 껍질을 벗기니 향긋한 귤 향과 함께 새하얀 김이 피어오른다. 호호 불어가며 먹어보았다. 생귤보다 신맛은 적어지고 단맛과 향은 더 진해진 것 같다. 따끈한 즙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목과 온몸이 따뜻해진다. 칼칼하던 목이 부드럽게 풀리고 정말 감기 기운이 서서히 걷히는 기분이다.

5 생산자 직거래 사이트를 이용하자 

귤은 크기가 작은 순으로 ‘1번과’부터 ‘10번과’까지 나뉜다. 1번과 이하와 9번과 이상은 ‘제주도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에 따라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이 비상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 몇 곳이 적발되었다. 인터넷상에서 판매되는 저가 상품은 피하고 공인된 생산자 직거래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생산자에게서 직접 사면 가장 맛이 좋은 ‘4~6번과’로 주문할 수 있으며 귤은 주문 1~2일 후 받을 수 있다. 택배비도 대부분 무료다.

TIP 귤 몸에 참 좋은데, 문제는 칼로리

감기 예방과 원기 회복에 좋은 비타민C. 귤에는 파인애플의 네 배, 사과의 여덟 배에 해당하는 비타민C가 들어 있다. 이 외에 지방 흡수를 억제하고 노화를 방지해 주는 비타민P, 시력을 좋게 하는 비타민A가 가득하다. 하지만 문제는 칼로리. 귤의 열량은 100g에 39㎉로, 중간 크기 귤 하나가 60㎉ 정도다. 순식간에 까먹은 귤 대여섯 개가 밥 한 공기와 맞먹는 셈이다.

현우네 감귤농장(www.gyulnamoo.com)/064-794-4865/노지감귤 10㎏ 2만8000원, 한라봉 3㎏ 3만2000원, 황금향 3㎏ 3만원   우아농장(www.wooafarm.com)/064-764-4035/노지감귤 10㎏ 2만5000원, 한라봉 3㎏ 3만7000원, 황금향 3㎏ 3만원   제주내음(www.jejunaeum.com)/064-752-1500/노지감귤 10㎏ 2만8000원, 한라봉 3㎏ 3만2000~4만7000원, 황금향 3㎏ 3만2000~4만원   샛별한라봉농장(www.hallabong.info)/064-751-2265/노지감귤 10㎏ 2만8000원, 한라봉 3㎏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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