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형동의 중국世說] 북한의 대화제의와 주변국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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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은 전쟁 이틀 뒤에도 공격 사실을 통보해주지 않았다. 중국 대사가 먼저 물어보니 , 북한측은 '한국이 먼저 공격해 와서 응전한 것'이라고 거짓말부터 했다. 막판의 주연배우인 마오쩌뚱은 자신의 정치 생명과 신생 중국의 국운을 건 도박(참전)으로 북한 주도권을 확보했다." 이는 퓰리처상에 빛나는 '데이비드 헬버스탬'의 논픽션 The Coldest Winter의 한 대목들이다. 2차에 걸친 핵실험 강행 등 그 토록 북한에 속았음에도 대 한반도 영향력 확보를 위해 오늘도 북한을 옹호하는 중국의 모습은 60년 전과 그대로임을 잘 증명해 주고 있다.

북한은 지난 1.1 신년사설에서 "남북 간 대결상태를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고 파렴치한 대화제의의 포문을 연후, 연이어 각종 단체 간 모든 종류의 대화를 하자고 제의했다. 인간집단의 파렴치성이 어느 한계까지 노정될 수 있는 지를 보여준 폭거다. 그들은 우리를 얼마나 만만한 노리개 감으로 보고 있단 말인가?

저들의 노림수는 뻔하다. 일단 한국영토 폭격으로 한미양국에 전쟁공포감 조성, NLL의 쟁점화, 3대 세습에 일조 등 소기의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 그 다음은 연평도 포격에 대한 세계여론 호도 및 위장평화 구실, 경제지원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마디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잠꼬대일 뿐이다. 이에 대해 역 제의를 한다며 고도의 전술적 대응인양 착각하고 있는 우리 통일부는 아직도 나이브한 외교적 아마추어의 단계에서 서성이고 있다.

북한은 작년의 '신년공동사설' 에서도 남북 관계개선과 민족의 화해협력을 강조했다. 석달 후인 작년 3.26 에는 천암함을 격침했고, 이에 대해 우리가 책임을 규명하려 하자, 5.25 조평통은 "이명박 임기 중 남북 당국 간 대화와 접촉을 중지 한다"고 선언했다.

이럼에도 최근 미국과 중국은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차원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다시금 남북대화, 6자회담 필요성을 서서히 흘리고 있는 분위기다

북한과 대화를 하면 무슨 소용이 있고, 합의를 보면 어떤 안전성을 보장한다는 것인가? 6자회담 합의에 대한 파기는 물론, 어느 국제조약도 하루아침에 일방적 파기를 일삼는 집단과 무슨 대화를 하자는 것인가? 대화, 회담 등 이러한 평화적 도구는 북한과는 전혀 무관한 것임을 얼마나 더 보고 경험해야 한국은 물론 역내 패권을 겨루는 미중 양국도 제정신을 차릴지 길이 안보여 답답할 뿐이다.

북한의 사기극 무대로 전락한 6자회담은 더 이상 존치할 가치가 사라졌다. 북한 핵실험은 이미 끝났고, 북한과의 대화는 무의미한 시간낭비임이 여실히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북핵 해법은 오로지 미국이 구상했던 북한정권 교체계획을 실행하던가, 아니면, 한국과 일본이 핵개발을 선언하여 동북아에 북한보다 군사적으로 약한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는 길 이외는 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 그래야 북한도 대남도발을 삼갈 것이며, 중국도 북한 측에 핵개발과 대남도발 중지를 강력히 요청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이나 5개국 간 양자 또는 3자회담을 통해 진솔한 대화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이러한 건설적인 대화 메커니즘을 통해 얻은 결과를 가지고 북한이 원하는 북미회담이나 중북채널을 통해 북측에 압박과 설득을 적절히 가하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물론 이런 과정을 통한 대북 접촉도 북한을 잠시 회유한다는 전술적 효과이외는 기대할 것이 못된다. 언제나 그랬듯이 북한의 약속은 준수된 적이 없으니 그저 듣고 참고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 하에도 우리는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되, 은밀하고 내실 있게 해야 한다. 중국과는 "우리도 미국 못지않게 당신들을 존중하며 우방으로 생각한다는 점과 북한의 개방화만이 북한을 살리는 길"이라고 설득할 수 있는 전략적 대화의 틀을 짜야한다. 대화의 틀은 우선 중국의 외교생리상 정부와 민간이 함께 동참하는 1.5트랙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또한 러시아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비판적이고 UN에서 결정한 대북 제재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표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가 지닌 중개자적 위상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끝으로 중요한 것은 미중 양국이 자국들의 전략적 안보질서 판짜기에 몰입, 우리의 의사와 반하는 대북정책 딜이나 카드를 준비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체크하고 대비해야 한다.
"북한에 그렇게 기만을 당하고도 완충지대( Buffer Zone)필요성으로 북한을 싸고도는 중국, 북한의 호전성과 중국 눈치 보기에 냉탕 온탕하는 미국의 전략적 불확실성" 등이 현재 한반도 안보의 기상도이기 때문이다.

한형동 산둥성 칭다오대학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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