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특임장관은 대통령 보고마다 배석” 이상득 “그렇게 실세였느냐” 뼈 있는 농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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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상득 의원, 이재오 장관(왼쪽부터)

“이 장관(이재오)이 나와 적이라던데, 정말인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이 옆자리에 앉은 이재오 특임장관에게 물었다. 지난 14일 밤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의 부친상 상가에서다.

 이 의원의 말을 듣곤 이 장관이 웃으며 자양강장 음료를 이 의원에게 권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역시 실세 장관은 좋은 걸 마시네”라고 말해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그간 여권 주변에선 ‘이상득-이재오 갈등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곤 했다. 이를 일축하듯 두 사람은 상가에서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이 장관이 대화 도중 “특임장관은 원래 대통령 보고 자리에 모두 배석하게 돼 있다”고 소개하자, 이상득 의원은 “그렇게 실세였느냐”고 말을 받았다. 다소 ‘뼈 있는 말’로도 들렸다고 조문객들은 전했다.

 이날 상가에는 이상득 의원, 이재오 장관을 비롯해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김무성 원내대표,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자리를 지켰다.

 이 장관은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둘째 아들에 대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허위 폭로(“서울대 로스쿨에 부정 입학했다는 의혹이 있다”)를 화제로 꺼냈다. 그는 “예비 합격자 명단을 봤더니 안 대표 아들은 정당하게 합격했더라. 안 대표보다 아들이 더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이들보다 먼저 조문을 마치고 돌아가 직접 이 얘기를 듣진 못했다.

 이 장관이 빈소를 떠난 뒤엔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상가를 찾았다. 임 실장이 들어서자 이상득 의원은 “임 실장은 (이 장관 편이 아니라) 내 편이라던데?”라고 말해 또 한번 웃음이 터졌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최근 일부 언론이 보도한 여권 내 권력 다툼설을 의식, 거듭 ‘정치 불개입’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내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느냐. 내 나이 70이 넘었는데 그것 하나 못 지키겠느냐”며 “지금 이 나이에 권력을 잡겠느냐, 뭐하겠느냐. 목숨이 붙어 있는 것만도 다행이지…”라고 강조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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