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당 ‘공짜’ 시리즈는 폭탄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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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민주당의 ‘공짜 시리즈(급식·의료·보육)’는 정당의 존재 이유, 정책의 신중성, 후유증에 대한 책임성에 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더군다나 집권 경험이 있다면, 대규모 복지 같은 정책에선 최소한 3가지를 따져야 한다. 득표를 위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인가 아니면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인가, 재정(財政)상태나 재원배분의 효율성은 충분히 검토되었는가, 현재 세대를 위해 미래 세대에게 짐을 떠안기는 것은 아닌가.

 세계 상황과 민주당 자체의 과거에 비춰봐서 이런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 선진국에선 과잉·무책임 복지가 잉태한 폭탄이 터지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내걸었던 영국은 지난해 10월 2차대전 이후 최대 긴축예산을 짰다. 육아수당을 줄이고 철도보조금을 폐지했다. 대학등록금은 3배 오른다.

 프랑스는 연금재정이 위기에 처하자 연금수급 개시를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개혁을 단행했다. 총파업과 격렬한 시위가 있었지만 결국 그 길로 갔다. 스페인·그리스·포르투갈 같은 남유럽 국가들은 과도한 복지로 국가부도에 몰리자 국채를 발행하고 외부 수혈을 받고 있다.

 민주당에 더욱 생생한 교훈은 일본 민주당의 ‘선심복지’ 공약이다. 정권교체를 이룬 2009년 총선 때 민주당은 아동수당 신설, 고교 수업료 무상화, 고속도로 사용료 면제 등을 내걸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집권 후 심각한 재정적자에 눌렸다. 급기야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위해 요구한 사업을 재검토해 필요성이 낮은 것은 삭감하거나 폐지한다”고 결정했다.

 한국 민주당에는 선거 때 포퓰리즘으로 당은 이득을 보았으나 국가는 진통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는 느닷없이 행정수도를 공약했다. 집권 후 이는 위헌이라는 헌재(憲裁) 결정을 받았다. 결국 ‘위헌 공약’으로 집권한 셈이다. 같은 해 노 후보는 미군의 과실치사였던 효순·미선의 죽음을 반미(反美) 포퓰리즘으로 키워갔다. 이는 한·미 동맹의 약화를 초래했으며 결과적으로 북한이 무력도발의 오판을 하는 것을 도왔다.

 민주당 내에는 과잉복지의 위험을 경고하는 관료·교수 출신 의원들이 있다. 강봉균·김효석·김성순·최인기·이용섭·조영택·장병완 의원 등이다. 대표적으로 김효석 의원은 비공개 의총에서 “재원 마련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은 매표행위”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선거 포퓰리즘에 사로잡힌 당 지도부가 합리적인 의견에 귀를 닫는다는 것이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다소 정교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는 게 정당의 추동력”이라고 반박한다. 이는 재원(財源)은 구체적이지 않아도 ‘공짜’라는 선거 프레임(frame·틀)만 선점하면 된다는 식이다. 민주당의 무책임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국민은 중산층과 서민이다. 세금·재정적자 그리고 공짜 복지가 커지면, 월급쟁이 자식들의 부담만 늘어난다. 복지가 과도하게 늘면 성장과 일자리가 줄어든다. 민주당의 공짜 시리즈는 미래 어느 시점에 터질 수밖에 없는 폭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