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정신 질환이 자궁에서 비롯된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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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우리가 미처 몰랐던
편집된 과학의 역사
퍼트리샤 파라 지음
김학영 옮김, 21세기북스
608쪽, 2만5000원

약 5000년 전 피라미드를 건설한 고대 이집트, 약 4000년 전 체계적인 달력을 만들어 쓴 바빌론. 과학의 도움 없이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저자는 이런 문제 제기로 얘기를 시작한다.

 유럽 중심의 과학사는 기원전 600년 께 이후 고대 그리스서 활약한 피타고라스·아리스토텔레스·피타고라스 등이 과학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본다. 이후 세계 문명의 중심에서 잠시 밀려났던 유럽이 르네상스시대를 맞아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1543년)로 지구 중심의 세계관을 뒤흔들고,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1687년)으로 만물의 운동법칙을 정립하면서 근대 과학 시대를 활짝 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항상 이성적이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저자는 과학 발전의 이면에 독선과 아집이 깔려 있음을 다양한 실례를 들어 보여 준다. 가령 생명체의 자연 발생을 부정한 17세기 영국의 의학자 윌리엄 허비는 ‘많은 질병의 근원이 여성의 자궁에서 비롯된다’는 낡은 신념을 버리진 못했다. 그는 정신적 질환도 자궁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히스테리’가 그리스의 ‘자궁의(hystrerik)’란 단어에 어원을 두고 있는 게 이 때문이다. 18세기 피뢰침을 발명한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은 전기가 질병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감이나 치통을 비롯해 정신병과 신체 마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질환에 전기 치료를 권장했다. 이처럼 과학은 항상 올바른 길로만 발전해온 게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굳건히 믿는 과학적 진실이 언젠가는 희대의 사기로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차진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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